운영원칙에 대한 짧고도 긴 생각

마일모아 2013.12.03 15:43:02

지난 2-3주 머리 속이 복잡했습니다. "Elephant in the room"이라고 하죠? 누구나 다 알고 뭔가 반응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동하는 그런 모습. 이 게시판 주인장으로 뭔가 한 마디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머리 속은 정리가 안되고, 이도 저도 못하고, "에이 그냥 조용해지나 두고보자" 하는 것이 딱 제 모습이었습니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먼저는 이 게시판은 이제는 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게시판에 오래 드나드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루님이 오시기 전까지 여기 게시판은 거의 1:1 질문 답변 방이었습니다. 드문드문 들려주시는 마적단 분들이 글을 올려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변을 올리는 딱 고 정도 공간이었죠. 그런 점에서 이 공간은 내 공간,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도 강했구요. 하지만, 지금은 저 또한 여러 마적단 분들이 올려주시는 정보를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는 평범한 마적단의 일원이라는거죠. 이게 바로 운영자/주인장의 권한을 행사하는데 주저주저한 마음이 들었던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강퇴는 없다는 저 나름의 고집이었습니다. 저도 보는 눈있고 듣는 귀 있는 사람인지라, 모든 글들이 다 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안든다고 발언권을 박탈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독재가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듣기 싫은 소리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허용하는 것이 소소한 온라인 공간에서나마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던거죠. 


하지만, 요 며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두가 주인인 게시판은 이도저도 아닌 엄한 공간이 되버리겠구나, 즐겁자고 하는 공간이 반대로 속만 상하고 가는 공간으로 바뀔 수도 있겠구나, 내가 알량한 이상주의에 빠져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었죠. 


이까지 글을 읽으시고, "그래, 이제부터 독재하겠구나"라고 보신다면, 딱 깨놓고 말씀드려 부인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기분 내키는대로 하는 것이 아닌,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을 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적단은 그리고 이 게시판은 올 초에 마음힐리언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自利利他의 공간이지,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단련하는 공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ps.  한자를 모르시는 개골님을 위해서 풀어서 설명하자면, 자리이타, "남을 이롭게 함으로 나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