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게 된 이유 ㅡ 삶과 죽음

MrFancy 2013.12.07 01:13:28
몇 달 전이 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이메일 한통이 왔더군요. 어디론가 이어지는 링크였는데 그 링크가 제 마음을 어디론가 훌쩍 날려버리더군요.
얼마전에 저와 함께 웃으면서 커피마시던 제 친구의 이야기 였습니다. 저와 함께 의학공부를 했던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사회봉사도 열심이었던 가정적인 모범적인 의사친구. 
그 친구가 갑자기 복통이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희귀한 암이 발견되어 입원했고 항암치료를 위해 모금활동을 하는 싸이트였습니다.

저도 레지던트 봉급에 와이프와 둘이 대도시에 지내느라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와이프와 상의후  그날 바로 렌트비와 십일조 제외한 그달 봉급을 모두 그 친구에게 기부했습니다.
아둥바둥 짠돌이 소리 들어가며 살아가지만 그 돈이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그냥 너무나 건강했던 친구라 내가 이만큼 돈을 기부한다면 꼭 치료가 될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치료의 과정을 밟으면 꼭 치유될거나는 소망 아닌 기대가 절 사로잡았겠지요.
레지던트를 끝내기 코앞이고, 와이프와 결혼한지도 얼마 안되는데 이럴수는 없다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건강했던 친구인데 그럴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너무나 좋은 의 사였고 그 친구는 너무나 좋은 아들, 너무나 좋은 남편, 너무나 좋은 인간 이었기에 신이 그를 꼭 구해줄거라 믿었습니다.
그 친구와 통화 할때도 목소리가 너무 건강하기만 했고요. 

너무나 밝은 목소리로 다 괜찮을 거라고 오히려 저를 안심시켜주는데 절 바보같이 그걸 믿었습니다. 아니 그저 믿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그 후로 얼마가 지나 그 친구를 우연히 마주쳤는데,
사실 못알아 볼뻔 했습니다... 몸이 너무 야위였더군요.
와이프와 단 둘이 강아지를 데리고 바람쐬러 나왔다며 웃는데 미소는 눈에 안 들어오고 빠진 살 때문에 얼굴에 늘어난 주름살 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직도 그 목소리는 기운차고 밝은데 홀쭉해진 얼굴과 야윈 몸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항암치료하러 뉴욕에 다녀오고 필요시에는 근처병원에 입원한다며 집에 주로 많이 있으니까 언제나 연락해서 한번 만나자는 약속을 하곤 돌아 서는데
그 친구의 와이프 얼굴에 시름이 가득 한 모습만 제 눈앞을 아른거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친구 Memorial Service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ICU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또 죽음과도 너무나 많이 대면하는 삶을 살지만 이 시간 조용히 자백하는 것은,
전 오늘 친구의 Memorial Service를 가는게 두렵습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숨어서 묵묵히 그 친구를 기억하고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오면 되는데
오늘 아침부터 마음은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병원에서는 죽음을 가까이 한 환자와 그 가족을 위안하고 손을 잡아주는 좋은 의사로 기억되고 있는데 
막상 친구의 죽음 앞에는 저도 어리석고 나약한 인간일 뿐이네요.

새벽이 되면 일을 나가니까 지금 일어났다고 얘써 자위해보지만
사실은 오늘 아침 내가 사랑하는 제 와이프와 제 가족이 죽는 꿈을 꿨기에 식은 땀과 두려움 밀려 일어난것 이라는는 것을 제 자신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친구가 그나마 살아있을때 바빠서 안 간게 아니라 못 간 것이라는  핑계를 되며 내 마음의 위안을 삼아보지만
사실은 그 친구를 대면하며 웃고 떠들 자신이 없어 전화기 조차 들지 않았다는 것을 제 자신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꼭 회복될거고 좀 더 나아지면 그때 웃으면서 만나야지라 의사답지 않은 막연한 미련한 기대와 계획 안에서 제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겠지요.

참 좋은 사람이었기에
더 좋은 곳으로 갔다는 생각으로 
또 한번 내 자신을 위안 해봅니다.

의사가 되겠다며 인터뷰 다닐때 입었던 검정 정장 오랫만에 꺼내 두고 
잠못 이루는 새벽 몇자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