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운영자의 개인 공간인가요?"

마일모아 2014.04.22 16:24:04

포도씨님께서 시간을 내서 다음과 같은 쪽지를 주셨습니다. 먼저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따로 답변을 드릴려다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포도씨님의 질문과 제 답변을 아래에 적습니다. (아래 쪽지 내용은 포도씨님의 허락하에 올리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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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님께서 올려주신 여러정보 정말 감사하게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여쭙고 싶은게 있는데요. 


마일모아 게시판, 이곳은 당신의 개인공간인가요? 아니면 회원들의 공용공간인가요? 


운영자께서 생각하시는 게시판의 이용용도를 개인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회원들의 공용공간으로 이해하고 글을 올렸는데요.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포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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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감사합니다. 긴 글이 되겠지만, 짧게 답변드리면, 제 개인적인 공간 (physical space) 인 동시에 회원들의 공용공간 (public space) 입니다. 답변을 들으시면 이해가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1. 게시판의 유래 


포도씨님은 비교적 최근에 오셔서 가장 첫 글을 읽어보신 적이 없으시라 생각합니다만, 2008년 여름 게시판의 첫글에서 제가 밝힌 것처럼 원래 이 게시판은 지금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아닌 거의 전적으로 1:1 질문/답변 게시판이었습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91 


블로그 메인글의 경우 각 글마다 주제가 있기 때문에 뜬금없는 질문을 올리기 애매한 환경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궁금한 것이 있으신 분들에게 자유롭게 궁금한 질문을 올리시면 제가 거기에 답을 하는 공간처럼 구상을 하고 활용을 하였습니다. 워낙에 들르는 사람도 없었고 초기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1문 1답 (제가 답변을 거의 다 올렸습니다)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심지어 아이디를 만들 필요도 없었고, 만드시라고 말씀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로그인을 도입한 계기가 있는데, 한 분이 닉을 바꿔가면서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분란을 일으킨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들 카드 사기꾼이라고 하는 그런 식의 글이었었죠. 그러면서 게시판에 아이디가 도입되고, 이후에 차츰 방문자가 많아지고, 이런 저런 여행기, 후기 등등의 글들이 자연스레 늘어난 경우입니다. 


2. 현재의 상황 


그럼 현재는 뭐냐? 제 개인적인 공간이면서 회원의 공용공간입니다. 제가 비유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비유를 들자면 마모 게시판을 이제는 마을회관이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그럼 물리적인 마을회관 건물 (physical structure)은 제 공간입니다. 제가 빌리고 제가 돈을 내고 제가 페인트 칠하고 제가 마루깔고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마을회관은 동시에 회원들의 공용공간 (public space)입니다. 


회관에 들르시는 분들이 회관에 모여서 화투도 치시고 잡담도 나누시고, 세미나도 하시고, 그림도 그리고, 태권도 대련도 하시고... 그 공간에서 뭘 하든 그것들은 회원분들의 자유입니다. "마을회관이면 회의만 해야지, 요가를 하고 있으면 안되지 않느냐, 회의만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제 판단으로 뜀박질, 야구, 족구 다 괜찮다고 말씀을 드린거구요. 더불어 마을 주민이 예쁜 그림을 그려서 그 그림을 벽에 붙혀서 다른 분들에게 보시고 즐기시라고 하는 경우 그 그림은 당연히 그 분들의 소유일 것입니다. "내가 만든 마을회관에 그림이 붙어 있으니 이제부터 그 그림도 내꺼..." 이런게 아닙니다. 좋은 그림을 나눠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을회관이 그 건물을 방문하는 마을주민들 모두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주인장이 아예 관리도 안하고 손놓고 있어야 하느냐, 아니면 더 극단적으로 "너는 걍 나가라, 이건 우리꺼다"라고 하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을회관에 모인 분들의 정상적인 모임을 방해한다거나, 마을회관에서 금지된 행위를 한다거나 (마일거래 등등) 등의 경우 주인장이 나서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회관에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을 제가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으로 제 공간이기도 하다는거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제가 6년반 넘게 블로그,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단 한명도 제가 강제로 나가시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글 삭제도 없었구요. 행여 댓글이나 글의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 같으면, 쪽지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걍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내 맘에 들면 들어오게하고 아니면 나가게 하는 그런 식의 공간이 아니라, 성인답게 자유롭게 운영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참 마음이 아픈 일도 많고 속상한 일도 많았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라는 원칙을 지킬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습니다. 


6년 반만에 처음으로 원칙을 깨게 된 오늘의 일은 히든고수님의 글에 쟈니님께서 댓글로 달아주신게 제 마음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데, 모두가 거기에 같이 힘들어 할 필요는 없고, 또 그걸 강요할 생각도 그럴 의지도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 하고만 마을회관을 운영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겠죠. 마일모아 게시판 초기에 이런저런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었던 분들이 한 분 두 분 소리없이 사라지고, 하룻밤에 글이 200-300개씩 지워지는 상황을 보면서 "내가 그 잘난 원칙을 지킨다고 참 많은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원칙이라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무수히 했던게 지난 몇 달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레어템 특템 ㅋㅋㅋ life is good" 하고 춤을 추실 필요는 없었다는거죠. 제 상식에서 이건 정말 선을 넘었다고 판단을 했었구요. 


무슨 근거로 누구의 기준으로 했느냐? 상식에 맞춘다고 하더니 이게 결국은 "너의 상식아니냐"라고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상호존중의 원칙하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제 상식이었구요. 제 상식에 맞춰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이 공간은 내 공간이다라고 감히 답변을 드린 것이었습니다. 모두의 상식이라는 것은 결국 그 누구의 상식도 아니라는게 제가 6년 반 블로그, 게시판 운영하면서 깨달은 여러 생각중의 하나입니다. 


3. 앞으로는 


포도씨님께서 질문하신 것처럼 마일모아 게시판은 이제는 이용 용도가 2008년 여름에 처음 만들때의 Q/A 공간과는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성격도 바뀌고 글의 주체도 바뀌고 그래서 이제는 게시판은 하나의 독립된 공간, 독립된 도메인으로 분리하는 것이 모두에게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한동안 하는 중이었구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서서히 결론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답변이 되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