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총 가진 12살 소년, 클리블랜드 경찰 총격에 사망

느타리 2014.11.24 11:12:14

어제 NPR에 올라온 뉴스인데요, 클리블랜드 한 놀이터에서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던 12살 소년을 보고

공포를 느낀 한 시민이 911에 전화했고, 경찰이 와서 손을 들라고 하자, 

경찰에 대한 위협도 하지 않고, 장난감 총을 겨누지도 않았지만, 그저 허리춤의 총을 만졌다는 이유로 우선 그 소년을 쏴서 죽였다는군요. 

NPR 뉴스에서는 인종이 안밝혀져 있어서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열두 살 짜리, 사진보니 참 어려 보이는데, 쉽게도 쏩니다. 

이렇게 심각한 사건인데도, 이곳에서는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그냥 묻히고 마는 듯 하네요. 이게 참...

 

http://www.npr.org/blogs/thetwo-way/2014/11/23/366131106/12-year-old-boy-carrying-toy-gun-dies-after-cleveland-officer-shoots

http://www.nydailynews.com/news/crime/cleveland-boy-12-shot-officer-holding-replica-gun-article-1.2020637


심지어 아이 간수를 못했다고 부모탓을 하는 댓글도 있고, 경찰도 자기들은 모든 총처럼 생긴 건 진짜 총으로 보고 대응한다고 했다는군요. 

제가 보기엔 백인 혹은 아시안 소녀가 장난감 총을 들고 있었다면 아예 신고 전화부터 없었겠습니다만. 

동네 안전 공포, 흑인 남성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듯 한 사건입니다. 

내가 위험하느니 나중에 오판이 될지언정 우선 "남"을 죽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은 언제나 그럴싸 하지만, 이건 전쟁터에서나 할 법한 발상이니까요.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니, 즉 총을 없애지 못하고 인종차별을 없애지 못하고 높은 범죄율의 원인이 되는 빈곤 재생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총이건 칼이건 빈손이건 상관없이 그저 위험해 보이는 타인, 즉 사회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없애는 방향으로,

더 정확히는 자신이 보기에는 사회문제의 결과라기보다는 사회문제의 원인인 대상을 공격하는 식으로 공포심을 해소하는 듯 합니다.


제 아이는 총 비슷한 물건을 아예 건드리지 않도록 장난감 가게가서도 그 쪽은 피하고, 다른 아이들 집에서 그런게 있다는 구경을 한 정도인데요,

일상생활에서 모든 종류의 총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우선 아이들이 총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일부터 막기 시작해야 하는게 아니냐 싶더군요.

개인적으로야 그저 아이에게 총은 절대 피해야할 물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일밖에 없겠지만, 

그리고 장난감 총은 선물 목록에 절대 포함되지 않을거라고 못박는 것 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나중에 어떤 아이는 학교에 집에 있던 진짜 총을 슬쩍해서 자랑삼아 가지고 올 수도 있을테고요. 확률은 낮겠지만요, 이게 참 어쩔 수 없는 공포입니다. 


마침 지난 주말,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선택은 어떠냐고, 자기도 미국에 갈 기회를 찾아볼까 싶다가도 학교내 마약과 총기 사건이 많아서 걱정이라는 친구에게 

애가 어려서 아직 닥치지 않은 문제라 잘 모르겠다고 우선 그냥 넘겼습니다만, 참 찜찜한 문제로 계속 남아있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