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모아에 오는 초보들의 자세에 대해서.

마일사리 2011.02.22 11:24:29

1. 들어가며 

몇년간 지켜보니, 블로그나 커뮤니티가 "진화"하는 순간들이 있다. 

유사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 순간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가 그 사이트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마일모아를 초창기부터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아주 많이 본 질문,

초보자에게는 새로운 질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

마일모아 초창기부터 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주 이곳이 재밌어서 하루에도 몇번을 들락 거리는 사람으로서

꼭 찝어 "초보"들에게 살짝 던지는 바람이 있다.


2. 내 경험에 돌이켜 보면

나도 처음에 주변 친구들에게 몇몇 프로모션 알려주고 그랬는데 나중에 좀 힘들어졌다.

여행 일주일 앞에 두고 인기 절정 노선에 대해서 "왜 마일리지로 표 안되냐!"라고 항의를 하지 않나,

A부터 Z까지 내가 다 해줘야 하지 않나... 수발이 따로 없었다.

좋은 일 하겠다고 한게 덤태기를 쓰는 격이었으니...

안당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이 답답한 마음을.

그 후에는 나에게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이 기본적인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만 정보를 공유하기로 마음 먹었다.


3. "관문"들

어느 분야든 자기에게 좀 이득이 될 것 같은 분야에 처음 진입할 때에는 꼭 거쳐야할 "관문"이 있다.

그리고 그 관문이라는 것은 사실 별 것도 아니다.

내가 마일리지 "바닥"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했던 기본적인 것들을 좀 알려드리고자 한다. 

내 생각엔 1-2시간만 쓰면 충분한 것들이다.

우선 마일모아에서 올라온 글을 읽기 전에, 항공사 마일리지 규정을 좀 숙독해본다.

한국 항공사 하나, 미국 항공사 하나 정도만 좀 꼼꼼이 읽으면 된다.

예를 들면 아시아나클럽 규정집을 숙독한 뒤, 유나이티드나 델타 혹은 AA 정도만 읽으면 된다.

그럼 몇 가지 생소한 단어들이 나오게 된다.

예약클래스, 오픈조, 스탑오버, 적립률... 등등.

대충 개론부터 파악해야 뭔가 된다. 마일모아 게시판에서 나오는 건 각론이자 새로운 이슈들인데

벌써 다 정해진 기본적인 룰이 머리에 안잡힌 상태에서 왔다가 질문하면 서로 민망해지고 힘들다. 한두번도 아니고.

어쨌든 생소한 개념들은 좀 검색해보면 금방 알게 된다.

그리고 대충 항공사들마다 마일리지 제도의 차이점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뭐가 좀더 좋을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 미국-한국을 할 때에는 한국 항공사 마일리지가 편하고,

한국-동남아를 여행갈 때에는 미국 항공사들이 좀더 유리해서 무엇을 어떻게 적립하여 쓸지를 정하게 된다.


그 다음에 마일모아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좀 읽으면

뭔소리 하는지 확확 닿게 된다.

항공사 마일리지 규정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규정들의 "틈새"들이 바로 이거구나! 하는 것.

게다가 게시판에서는 소소한 재미있는 정보들이 쏟아진다.

플라이어토크에 가면 너무 심할 정도로 쏟아져서 아예 안 보게 되는데

마일모아 분들은 거기서 "엑기스"를 잘 추려서 서로 날라주시고 경험도 공유해준다.

이 어찌 즐거운 공간이 아닐 수 있겠는가!


나 같은 경우, 2000년부터 마일리지 세계에 들어가면서 대충 꼼꼼하게 읽었던 규정집을 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일본항공, 싱가폴항공, 타이항공,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노스웨스트, 델타, AA, 루프트한자. 에어캐나다 등등이 있다.

생각보다 이 기본 규정집들을 살펴 보는 게 재미있을 때가 있다.

입문하는 분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중에 하나(거의 겹치므로 아무거나 읽어도 된다)

유나이티드, AA... 이 세가지 정도는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에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주로 취항하는 항공사와 주로 이용할 구간 등등을 따져서

마일리지 적립 계획의 윤곽을 좀 그리는 게 좋다.



4. 태도

어느 분야나 어느 정도 "진화"를 하면 초보자들이 들어 오는 게 쉽지 않다.

적대감을 느낄 수도 있고, 무시 받는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얼마 안되는 인생이지만 살아보니 어디나 그렇고 그렇게 해서 진입하면 왜 그런지 이해도 하게 된다.

근데 그 진입과정에서 중요한 건 태도이다.

질문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태도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제가 규정을 읽다가 이걸 하는데 이해가 잘 안됩니다. 설명 좀 해주세요"라는 식으로 글을 썼을 때,

99% 신뢰수준으로 추측컨데, 마일모아에서 적대감 들게 얘기할 사람은 절대 없다.

대충 난 이걸 원하는데 바로 알려줘봐...라고 할 때 그리고 그 유사한 질문이

그동안 이 블로그 역사 속에서 너무나도 많이 번복되에서 심하다 할 정도로 느낄 때,

사람들이 그런 질문과 그것의 태도에 대해서 약간의 "뺀찌"를 주는 정도이다.

거창한 GNU 정신이든 뭐든 거론 할 필요도 없다.

질문 내용보다 질문의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특히나 자기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할 때에는 말이다.

내가 가끔 화가 나는 건 이거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에서 전문가나 교수한테 자신이 궁금한 걸 물어 볼 때에는

사람들이 자기가 어떻게 물어보고 어떤 제스쳐와 태도를 해야하는지 고민한다.

하지만 사이버상에서 "고수"들에게 물어 볼 때에는 그냥 내용만 툭 던지고서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꼴에 고수라고!"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이 그 분야에 관심을 갖으면 결국 그 바닥에는 경험치의 레벨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요 진리다. 깍듯함과 허례허식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이 질문하는 태도와 방법은 좀 고민을 했으면 한다.

나도 어디 가서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질문할 때에는, 

바보 같고 아주 기초적인 질문일지라도 사람들이 호의를 갖고 도와줄 수 있게끔 하는데 신경을 쓴다.


5. 무시하고 넘어가라?

질문이 짜증나면 무시하고 넘어가라고 하는 말을 보고 좀 기겁했다.

어느 정도 수준을 지켜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있는데...

좋은 커뮤니티로 계속 지내려면 수질 관리는 필수다...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 괜츈한 태도도 갖추지 않고 하는 질문들이 많아지면

이곳에 정말 좋은 정보를 가져오면서 괜찮은 수준을 지키는 사람들이 외면하게 된다.

디씨에 신용카드 갤러리가 그랬다. 결국 신카갤은 독립해서 나가버렸고, 신카갤은 거의 초보들이 드글거리면서

유용한 정보들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기초적인 것이라도 태도와 질문 방향이 제대로 잡혀 있다면 지킬 수 있는 것이 "수준"이다.

게다가, 자신은 이 커뮤니티의 괜춘한 "정보공유"를 위하여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도 따져볼 문제이다.

"싫으면 그냥 넘어가지 그렇게 고깝게구냐"는 식은 참으로 곤란하다.


6. 결론

자... 마일모아를 쫀쫀하게 이용하고 참여하기 위해서 우선 기본부터 공부해보자.

몇개 마일리지 프로그램 규정집을 읽어보고

마일모아 블로그에 글을 쭉 살펴보고

군데군데 모르는 게 있으면 검색도 해보고

그래도 잘 모르겠는 기초적인 질문이라면 

자신에게 좋은 정보를 나눠줄 사람이 호의를 갖도록 태도를 갖추어서 물어본다.


이곳에 들어온 "초보"들에게 내가 바라는 건 이 간단한 세 가지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A부터 Z까지 니가 다 알려주고, 나중에 책임도져! 라고 할 순 없다.

우린 당신의 부모도 아니고, 부모도 그렇게 애 기르면 애 인생뿐만 아니라 지구가 망하는 길로 인도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