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저녁 도착해 자고 일어나 첫 날을 출발하면서 아파트 입구에 섰다.
집을 나선 1, 2, 3호와 처는 인근 구립도서관을 먼저 가기로 했다.
나는 명동에서 유심칩을 수령하고 은행에서 교통카드 하나 만들어 시청쪽으로 걸었다.
여전히 낯선 새 시청 건물을 등지고 순화동으로 향했다.
어쩌면 여전히 이중 한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개발 탓에 사라지고 생긴 음식집들이 많았지만 반가운 식당 몇몇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식후에 동료들과 몰려가 담배를 피우던 공터는 여전히 붐비고 매케했다.
그리고 식구들과 다시 만나 간 곳은 치과다.
2호 빠진이 하나가 6개월이 넘도록 빈자리로 남아 보여주기라도 해보자고 갔다.
간김에 나는 치석을 재거하느라 진료 받는 아이들 모습을 담지 못했다.
대신 자리에 앉혀 기념 사진이나 한장씩 찍어줬다.
문 닫기 직전에 온 탓에 직원들이 퇴근하고 원장 방에서 노는 아이들.
내게는 오래 알고 지낸 선배이고 아이들에겐 그냥 삼촌 처럼 편한 의사선생님이다.
사실 밥까지 얻어 먹으려고 병원 문닫는 시간에 맞춰 간 것이었다.
밥 집 근처에서 2호의 이름과 같은 컴퓨터 가게, 정작 본인은 읽을 줄 모르는...
밥 먹고는 선배 오피스텔에서 놀다 가기로 했다.
고양이가 마냥 신기한 1, 2호
귀찮은 듯 점잖은 고양이 표정을 보니, "내가 놀아 준다" 하는 것 같다.
3호는 고양이 보다 고양이와 장난 치는 레이저포인터에 더 신이 났다. (네가 고양이냐?)
선배가 안아 올리자 '슈퍼맨' 하고 나는데.... 현실은 다섯 식구 버스 타고 돌아갔다.
*
아무래도 먹는 거 였나 봅니다.
중국에서와 달리 한국에 오니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돌아서서 생각 나는 것은 음식들 뿐입니다.
내일은 또 뭐 먹을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