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24시간동안 소매치기 세번 당할뻔했네요.

날아라병아리 2016.07.02 14:14:26

파리 여행 마지막 24시간동안 소매치기 3번 당할뻔 했습니다.

하루 있었던일 말그대로 너무 황당해서... 

다 아는 수법인데도 당하는건 순식간이더라구요.

파리 여행가시는분 조심하시란 차원에서 올립니다.


1. 사인단 - 방돔

어젯밤 방돔 스퀘어 지나가는데 코너 돌면서부터 5~6명 무리가 하드보드를 들고 오는게 보입니다.

아 저게 말로만 듣던 사인단이구나..

예상대로 저희 앞에있던 프랑스 노부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저희에게 다가오려고 합니다.

그중 대장이 발랄한척하며 안녕-어디서 왔니?라고 묻습니다. 

어디서 수작이야... 생각하고 지나가려는데 남편이 웃으면서 한국에서 왔어~라고 합니다.

남편이 대답하는 소리 듣고 열받아서 한국어로 욕하면서 남편 팔 잡아끌고 코너 돌아서 막 뛰었습니다.

남편이 왜그러냐고 하더라구요.  사인단 같은게 있는줄도 몰랐다고 합니다.ㅡㅡ


2. 가방오픈 - 루브르 근처 안젤리나 가는길

여기 길이 무척 좁고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이쪽 길로 지나간건 오늘이 처음인데, 유모차 밀고 지나가기가 무척 힘들더라구요.

주말이라 사람도 무척많고...

사람 진짜 많다고 생각하며 유모차 지나가려고 정신팔린 가운데 뒤가 쎄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많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가는데 등뒤에서 드르르륵 느낌이...

무의식적으로 뒤돌아서 배낭 움켜쥐니 이미 가방이 반정도 열렸더군요.

너무 놀라서 괴성을 질렀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 시선이 일제히..그러나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더군요.

2인 1조였던 젊은 여자 둘, 도망도 안가고 모르는척 서있습니다.

남편에게 가방 훔치려고 했다니 남편이 그여자 손을 잡고,

저는 가방에 지갑,여권,카메라 다 있는걸 확인했습니다.

남편이 뭐하냐고 하니 그여자 손에 아무것도 없다며 뻔뻔한 얼굴..

다른 일당은 지도를 쫙 펴고 보며 관광객인척 하더군요.

지도로 가방위를 덮고 가방 여는걸 가리면서 했나봐요,

제가 mommy hook으로 가방 지퍼 두개를 잠궈놨는데, 처음 느낌은 그걸 푸는거였나봅니다.

천만 다행으로 아이 곰인형이 가방 맨 위에 있어서 지갑을 바로 못꺼냈나봅니다.

잃어버린건 없지만, 범죄의 타겟이 됬다고 생각하니...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이때부터 저는 반 넋이 나갔습니다.


3. 가방 통털이범 - 기차역(nord)

소매치기 당한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계속 찝찝하고 초조하더군요.

TGV 타러 와서 waiting area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가 계속 돌아다니길래 잡아둘려고 먹을걸 꺼내서 아이와 앉았습니다.

남편은 맞은편 의자에 유모차랑 있었구요.

아이에게 먹을걸 주려고 하는데 누가 벤치밑에서 휴지조각을 주워달라고 손짓을 합니다.

이게 교묘한게 waiting area가 있으면 주변에 유리로 벽이 되있는데, 

그 유리벽 뒷쪽에서 제쪽으로 바닥에 휴지 뭉친거 두개를 떨어뜨리고 남자 목소리로 솰라솰라 대면서, 손을 휴지조각 두개중 하나에 손이 닿을듯 마을듯 주우려는 시늉을 합니다. 유리벽때문에 못줍는것처럼 하면서요. 보통때였으면 주워주려고 했겠죠, 그사람이 계속 주우러고 하니까요. 

제 귀와 눈을 다 앗아가려는거죠.

여자의 촉이라는게 있는지 처음엔 저희 아이가 냅킨가지고 놀다가 바닥에 흘려서 주우라는건가?싶더라구요.

근데 자세히 들어보니 불어도 아닌것같고, 저 휴지조가리를 왜 주우려할까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편에 앉은 남편이 본인 가방을 유모차에 떡하니 올려놨고 다른놈이 그걸 채가려고 합니다.

고성을 다시한번 지르니 사람들이 쑥덕대고 남편이 그놈보다 0.1초 빨리 가방을 잡아서 다행이 사수합니다.

저는 그놈 뒤통수에 대고 저남자 잡아 도둑질하려했어 있는힘껏 소리질렀고 도둑은 뛰쳐나갑니다.


한 5분뒤에 어떤 중동계 배나온 아저씨가 와서 괜찮냐고 묻던데 대답 하는둥 마는둥 했네요.

생각해보면 이놈도 한패가 아니였나 싶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한 틈을 타서 2차범행을 저지려는게 아니였을까도 싶네요.


2번과 3번일은 불과 2시간 간격으로 일어난지라... 

화가나기도 하면서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날수 있는 일인지 놀랐어요.

신기한건 두번째 털이범이 왔다가니 오히려 처음 당했을때 불안감이 사라지더군요.

아마 이 일이 있기 위해서 마음이 계속 불안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10분정도 지나니 경찰이 와서 무슨일이냐고 하니 주변에 있던 프랑스 사람이 증언해주고,

폴리스 리포트 하겠냐고 뭐잃어버렸냐고 했는데,

잃어버린거 없다니깐 그냥 곧 가네요. 

오늘만 두번째라고 하니 파리는 맨날 있을수 있다며 여기 엄청 위험하다고 하네요,

도둑 현장에서 잡으면 저보러 소매치기범을 때려도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ㅡㅡ

본인거는 본인이 지켜야한다며 도둑이 자기 건들면 총쏠거라면서 저보러 태권도 하라고 ....ㅡㅡ;;

근데 찾아보니 소매치기들이 행동하는건 한둘이지만 그사람들 지키는 부랑아들이 주변에 심어져 있을수도 있대서 잘못 복수하면 위험하다고도 하네요;;

기차역에 군인들이 쫙 깔렸었었는데도 도둑이 활개치네요.

도둑놈 도망갈때 도둑이란 단어 대신 테러라는 단어를 썼으면 군인들이 더 빨리 오지 않았을까도 싶고..

남편 배낭 뺏어서 두개 꼭 끌어안고 무사히 잘 도착했어요.



이상 파리 4박 5일동안 소매치기 한번도 못만나다 마지막 24시간동안 연달아 만난 이야기예요.

다른 다행인거는 초급부터 중급 고급 소매치기를 cascade로 당해 조금씩 단련되었다고나 할까요..하하

다음주에 암스텔담 가는데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어요.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파리 시내에 군인 경찰 많이 보였지만 그들에게 소매치기는 범죄도 아닌듯 해보였어요. 

그리고 옷핀 꼭 사용하시구요. 자물쇠두요. 방심하는 순간이예요.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당하면 당황하게 되는게 사람이더군요. 


참, 한가지 더 팁 드리자면 대부분의 여행객에게 말걸지 않아요. 말거는 순간 주변을 감지하세요.


가방 털렸으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안전한 여행 되세요.


사족으로 르그랑 인터컨 엠바사더 달고 간게 하얏방돔 평민보다 개인적으론 더 좋았어요.

방돔 다이아 달고 갔으면 가장 좋았겠지만요~ㅠ

르 그랑에서 라운지층에 방을 주길래 당연히 라운지 이용할수 있겠지 싶었는데 

직원이 지키고 있어서 확인하더니 라운지 못쓴대서 커피한잔 마시고 왔어요.

앰바사더도 아침도 안준다고 하고.. 엠바사더 혜택이 없는듯했는데

저녁에 외출하고 돌아오니 룸서비스로 과일 샴페인 마카롱 준비해준데서 감동받았습니다.ㅋㅋ

방돔은 티어없이 가니 속빈강정...풍요속에 빈곤이랄까요. 여름에 테라스에서 12시가 넘도록 시끄럽게 굴고 욕조 싱크 물도 잘 안내려가구요ㅠ.

그래도 마모덕택에 하얏 프리나잇으로 잘 쓰고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