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寫談), 추모 몽당연필

오하이오 2016.09.28 04: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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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들어갈 때 아버님께서 연필은 친구와 같으니 소중히 다루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문인지 필기구를 함부로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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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뿐만 아니라 그때는 다 그랬습니다.

몽당연필엔 볼펜 깍지를 껴 쓰는 게 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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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애착이 되었는지 커서는 잠시 쓰라고 빌려 받은 펜을 무심결에 내 주머니에 넣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러니 미국 왔을 때 연필을 버리고 화풀이로 부러뜨리는 건 충격이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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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버려진 연필, 볼펜들... 

그냥 아깝고 안타까워 보이는 대로 주었습니다.

객사한 친구를 거둬들이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추모(Mourning)'의 마음을 담아 조촐한 장례식을 치르는 마음으로

 

연필이 마루에 돌돌 굴러다니면

득달같이 불러 세워 잔소리합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

 

"연필은 그저 싸구려 소모품이 아니라..."

 

사실 의미 없는 말인 줄 알지요.

그냥 그렇게 그 생각을 물려 주고 싶은 것뿐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