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냈다. 1호 첫돌에 시작해서 9번째가 됐다.
심혈을 기울여 장식을 다는 3호.
시작할 때 부터 내가 혼자 장식하다가 작년 부터 1, 2, 3호에게 맡겼다.
장식 달던 2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본다.
유아원 다니면서 만든(선생님이 만들어준) 장식이 기억 난다는 1호가 추억에 젖었다.
2호와 3호도 장식을 멈추고 장식 보따리를 들추기 시작했다.
장식을 꺼낼 때 마다 거기 얽힌 기억도 끄집어 낸다.
나도 그렇다. 거기엔 지금 3호 보다 어린 1호가 있다.
그리고 지금 3호 보다 더 어린 2호도 있다.
물론 아기 3호도 있다.
어릴 때 유아원에서는 해마다 장식을 만들어 오더니 학교 가면서 멈췄다.
그래도 올해는 몇개 만들어 구색을 맞췄다.
내년엔 사진을 보고서야 기억할게 뻔한 올해의 기록도 몇개 달았다.
작년 2호에 이어 올해 3호가 순서대로 꼭대기 별을 달았다.
9년째 달라진게 없는 트리, 거기에 묻은 추억만 늘었다.
놀다 잠든 3호, 침대로 옮기다 보니 트리 박스에서 자기가 지난해 만든 팔찌 주어 찼다.
1호처럼 상 받겠다고 일기 쓰기 시작한 2호, 쓰다가 잠들었다.
처마저 잠든 이시간 우리집에서 눈 뜬건 나와 슬슬 부푸는 빵 반죽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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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트리를 세웠습니다. 우리 가족이 만든 9번째이면서 저의 생애 9번째 이기도 합니다.
귀찮게 뭐 그런걸... 하면서 넘기고 살아왔던 걸 하는게 점점 늘어납니다.
아이들이 핑계가 되긴 했습니다만 정작 제가 즐겁습니다.
살 날은 줄어드는데 하는 건 늘어 나는 꼴이 영락 없는 노욕입니다.
오래전 큰 애가 집 장식은 안하냐고 물어서 10살 되서 아빠 도울 수 있으면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했는데 내년엔 트리로만 끝나지 않게 생겼습니다.
크리스마스 끝나면 크리스마스 용품 쇼핑을 단단히 하리라 벼르고 있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
참, 처가 일요일에 또 팥빵을 만드려나 봅니다. 이번엔 살짝 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