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자는 1, 2, 3호를 깨워 나왔다.
큰 길에 이르자 택시 타자며 3호가 손을 들어 흔든다. 기차(전철)가 재밌다더니 싫증이 났나보다.
그래서 도착한 서울역. 아이들 모두 고향 대구에 내려갔다 오겠다는 엄마를 배웅 나왔다.
마치 장난감을 전시 해 놓은 듯, 아이들 시선을 끈 홍보물
기차 출발 까지 남은 시간 간단하게 요기하기로 했다.
무뚝뚝하던 3호가 햄버거를 받아들자 환하게 폈다.
기차 앞에서 배웅.
칙칙폭폭 기차가 출발하고 엄마와 손 흔들어 바이바이 하는 3호.
배웅하고 역사로 올라온 3호의 시선을 끄는 아이스크림가게 진열대. "안돼!"
온김에 서부역 쪽으로 나와 서울로 진입.
고가에 오르니 낯익은 건물이며 길들이 한눈에 들어와 아이들을 세웠다.
서서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먼저 기찻길과 안산 방향.
조금 돌려 서소문, 경찰청 쪽을 보고
돌아 숭례문을 내려다 봤다.
건너편으로 돌아 한강 방향.
내가 먼길 내다 볼 때 아이들은 고가 밑을 내려봤다.
그리고 한동안 아이들 시선을 끈 영상.
거인의 소인국 체험 같은 영상이랄까. 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과 인물을 합성한 동영상이었다.
주인공은 늘씬한 백인 여성. 한국내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였을까?
비 온 뒤라 이용할 수 없는 시설들이 있어선지 기대 만큼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늘 그랬듯이 구석구석 자기들 만의 볼거리를 찾아낸 아이들.
잘 가꿔진 분재가 볼만했는지 한참을 들여다 봤다. 혹시 장난감 인형 들여다 놓고 싶은 생각?
갑자기 회의 분위기? 회현동 서울로 끝을 두고서 '포켓몬'을 점검을 하는 아이들.
다 걸었다. 길이 생각 만큼 길지 않았다. 감흥도 기대 만큼 크지 않았다. 뭔가 아쉽다.
걸은 김에 숭례문도 보러 갔다. 지루했는지 3호는 집에 가잖다.
조금만 더 보고 가자니까 완전히 볼멘 3호.
할수없이 가자고 재촉해 나오는데 갑자기 멈춘 3호, 자기 볼건 다 보고 간다.
버스타고 가기로 했다. 1호는 포켓몬 몇마리 더 잡을 수 있어 '대환영'이다.
1호의 포켓몬을 쳐다 보며 웃는 2호, 3호는 가자고 할때 바로 가지 않아 화난게 안풀렸다.
그날 저녁 아이들끼리 펼친 놀이. 그리고 오리고 접기 시작했다.
때 맞춰 자라는 엄마 없을 때 실컷 놀다 자라. 나도 더워서 잠도 안온다.
*
오기전 소리를 많이 들어서 '서울로7017'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주변을 몇번 지나치면서 시간 탓, 날씨 탓, 컨디션 탓에 미루다 이제야 가봤습니다.
가보고 싶은 마음을 들 만큼 기대를 해선지 그 기대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컸는지 여긴 이렇게 저긴 저렇게 혼잣말로 제안도 해봤습니다.
이어간 숭례문, 사실 4년전 막 복원된 숭례문을 본 순간 한숨이 터졌습니다.
이전 숭례문을 십수년간 지척에 두고 봐 왔던 탓인지
복원된 숭례문이 낯설다 못해 천박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올 때 마다 외면하다 아이들이 보고는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국보 1호'라는 설명을 할 때는 죄책감 같은게 오르기도 하더군요.
한 천년이 지나면 국보 1호의 가치가 생기겠지 하면서 위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