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집까지는 차를 타고 간다.
시카고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보이는 넒은 하늘이 반갑다.
일리노이, 인디애나 주를 거쳐 오하이오에 표지판이 보이자 편안해진다.
집에 도착하자 1, 2, 3호 예전과 달리 무척 좋아했다.
두달만에 왔더니 빈집(?) 냄새가 난다. 쑥 피워 냄새 잡으면서 있던 벌레도 좀 나가 달라고 했다.
쑥 향을 맏으며 먼저 한 일은 우편물 정리, 두 박스 분량이다.
9할은 홍보물, 그중 반 이상은 은행이며 신용카드회사 광고다.
요즘 낮에 흔히 보는 모습, 3호가 소파에 누웠다.
2호는 내 침대에 누워 잔다.
1호는 자세마저 불안하게 잠들어 버렸다.
갈때 멀쩡했던 싱크대 하수구가 막혔다. 바로 뚫지 못해 설거지 거리는 쌓이는데...
이틀간 집 주면 잡초를 걷어낸게 한무더기다.
새벽 3시에 일어난 3호가 엄마와 게임을 한다. 아직 다들 시차를 이겨내지 못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났더니 2호가 바느질을 했다고 한다.
다음주 생일인 2호가 아껴뒀던 지난 생일 쿠폰을 썼단다. (아끼다가 똥 될뻔...)
'멍클리' 바지와 셔츠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단다.
사진으로만 보니 얼마나 잘하는 지모르겠지만 자세는 제법 그럴듯 해 보인다.
2호 특유의 몰입이 눈에서 느껴진다.
그런데 얼굴 크기를 감안하지 못해 셔츠는 그냥 모자가 되고 말았단다.
가장 더디게 시차를 극복하고 있는 내가 오늘도 늦게 일어났더니 막 브런치(?)를 끝냈단다.
각자 취향대로 팬케익을 만들어 먹었다는데
1호 것은 그다지 먹음직 스럽지 않은데 남겨진 걸 먹었는데 1호 거란다. 쩝!
만들걸 봐도 성격이 나온다. 대칭으로 꼼꼼하게 정리한 2호.
3호도 만들었는데 모양 보다는 먹고 싶은걸 얹은 걸 거다.
역시 청포도를 잔뜩 얹어 놨다.
아직 뒤죽박죽된 일상이지만 집에 온 남다른 여유와 편안함이 있다.
그 사이 구구단을 홀라당 까먹고도 게의치 않는 2호를 봐도,
별 생각없이 집주변을 몇번이나 돌던 1호를 보고도 웃어 넘길 여유가 있다.
그나저나 올해도 아이들 키보다 커버린 깻잎은 어떻게 먹어버리나.
작년 이맘때 기억이 고스란히 겹쳐진다. 지금 보니 그새 3호도 컸고, 깻잎은 더 컸구나.
*
유난히 길게 느껴진 여행이라 그런지
아이들이나 저나 집에 와서 너무 좋아했습니다.
시차 적응도 안되고 집안 일은 자고 일어나면 보이지만
마음은 편안하네요.
이제 어쩔수 없이 여기가 내집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