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단상 1

정혜원 2017.09.11 02:05:24

필리핀에서 한달 좀 넘었습니다.

마닐라에서도 말라테라는 동네의 반경 1km를 거의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주 제한적인 경험입니다.

말라테라는 동네의 위상이 궁금하시면 구글링을.


1. 슈퍼에 우유를 사러 갔는데 현지인이 반갑게 아는 척을 합니다.

무시하고 걸어가니까 제가 묶는 호텔의 경비원인데 모르겠냐고 합니다.

미안한 마음에 아는 척하니까 

뭐 사러 왔냐?

우유 사러 왔다.

자기가 안내하겠다고 합니다.

우유 코너로 데리고 가서 여기가 우유 파는데라고 우유 사라고 합니다.

뭔가 찜찜한 마음에 안산다하고 하니까

실은 오늘 자기 아들 생일인데 작은 케익 하나만 사달라고 합니다.


2. 호텔을 회사에서 단체로 예약을 했습니다.

도착하니 방을 업그레이드 해주겠다고 합니다.

한달 정도 묶으니까 한달 정산이라고 비싼 방값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화를 잘 안내는 성격인데 화를 내니까

알겠다고 지금까지 묶은 것은 일반 방값으로 해줄테니

싼방으로 옮기던지 그냥 묶으면서 비싼 방값을 내라고 합니다.

다시 화를 내니까 알겠다고 그냥 일반 방값에 계속 묶으라고 합니다.


3. 서민들의 로칼 식당에 가시면 이천 오백원 정도로 맛있는 돼지고기 바베큐를 드실 수 있습니다.

파리도 있고 바닥에는 개들이 돌아다닙니다.

맥주도 병당 천원 정도입니다.

슈퍼에서는 병당 육백원 정도, 왠지 모르지만 캔은 슈퍼에서 천원 정도로 비쌉니다.


4. 택시의 명성은 하도 들어서 우버나 grap를 이용합니다.

차는 낡았지만 요금 시비는 없습니다.


5. 한국식당이나 일본 식당은 한국, 일본과 거의 같습니다.

김치찌개가 팔천원 정도

원주민 종업원들을 얼마나 훈련 시켰는지 어색하게 계속 목례를 하는데 마음이 좀 짠합니다.


6. 마닐라 시내에 있는 국립 박물관, 가지 마세요.

글자 그대로 차비가 아깝습니다.


7, 길거리에서 땅콩을 파는데 작은 봉지에 10페소, 이백 오십원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태연하게 두배로 바가지 씌웠습니다.


8, 길거리에서 파는 코코넛 한통에 40페소, 천원 정도.

김빠진 포카리 스웨트 맛이고 혼자 먹기에는 배 부릅니다.


9. 길거리에서 오징이 튀김 팝니다.

작은 것은 4페소, 큰 것은 5페소, 즉 백원 정도입니다.


10. 로칼 식당에 가면 오징어 순대 팝니다.

오징어 맛은 같은데 안에 내용물이 매운 양파입니다.

앞의 맥주와 같이 먹으면 먹을만 합니다.


11. 마사지는 시간당 300페소, 즉 칠천원 정도가 정상 가격이랍니다.

저는 못가봤습니다.

이상하게 한국 정보 신문보다 일본 정보 신문 가격이 더 쌉니다.

정보 신문에는 두시간에 700페소로 광고가 나와있습니다. 만오천원 정도.


12. 한국 정보 신문을 보시면

귀국 전에 매독과 에이즈를 검사하고 치료하고 가시라는 광고가 보입니다.


13. 길을 걷다보면 거지들이 있습니다.


14. 현지 라면 맛있습니다.

슈퍼에서 사면 개당 10페소 조금 더, 이백원 좀 넘습니다.

끼니마다 두개씩 먹으면 끼당 오백원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5. 슈퍼에서 파는 물을 7리터까지 사 봤습니다.

무겁습니다.


16.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면 3kg 까지 75페소, 이천원 미만입니다.

정말 쌉니다.

세탁물 분실도 있다는데 저는 남의 티셔츠가 딸려왔습니다.

제거 아니라고 갔다 주니 좋아합니다.


17. 차, 많이 막힙니다.

매연으로 사람들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걸어 다닙니다.


18. 대학이 엄청 많습니다.

동네마다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19. 쇼핑몰에 환전을 하러 갔는데

현지 청년이 옆에 붙어서 시계 파는 곳을 안내하겠다고 합니다.


우연히 시계 파는 곳과 환전하는 곳이 가까운지

제가 그 양아치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제가 환전을 하러 들어갔다 나와보니 

기다리고 있더군요.


아마도 시계 살 돈을 환전하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가니까

옆에 붙어서 일본어로 

"이렇게 그냥 가면 너 위험하지"

라는 의미의 말을 합니다.


좀 두서 없지만 동포 처자들이 이런 협박을 받았으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까불면 사시미를 떠 주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