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겨울 들어 내내 쌓이다시피했던 눈이 녹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모처럼 뛰어놀았다.
여기저기 조금 남은 눈을 모아 눈덩이를 만들었다.
누구라고도 할 것 없이 눈싸움을 시작했다.
한방 맞은 1호가 너스레를 떨며 쓰러졌다.
3호가 한덩이를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2호가 추격하고 1호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니편 내편도 없이 쫓고 쫓기는 놀이다.
노는 소리가 요란했는지 이웃집 마일스가 왔다. 그래도 반팔은... 걱정스럽게 보는데.
반바지를 입고 조깅하는 아주머니 한분이 휙 지나간다.
장갑이 다 젖었다. 눈 놀이 장갑은 따로 있는데...
눈이 다 녹고, 이어 비가 이틀여 왔다.
잘 때 봤던 비가 잠자는 사이 눈 되어 쌓였다.
처는 변덕스런 날씨도 느끼지 못하고 집 안에서 바빴다.
한달여 세탁실에서 여물 끓이는 냄새를 내며 염색을 해댔다.
벽이며 시설 곳곳도 쪽빛으로 물들었다.
마감 시간을 앞두고 새벽을 지새웠다.
자다 깬 내가 얼굴 한번 보자니 부스스하게 웃는다.
잠들기 전 까지는 아이들이 함께 했다.
티비를 보면서...
그래도 일하는 엄마를 응원한다는 아이들, 티비를 보면서...
바깥은 겨울과 봄(같은 날씨) 그리고 겨울을 두어번 오가서 처의 일이 마무리됐다.
사진 좀 찍자고 1, 2호 불러 좀 들어 보라고 했는데, '흔들흔들'
바닥에 늘어 놨다. 나는 쪽물이 자연스럽게 든 것 같다고 했다.
동네대학 성당에 걸게를 2년 전에 시작했다.
성당 기념 주기에 따라 다른 걸개를 몇해에 걸쳐 만들어 주기로 계약했단다.
카돌릭 신자 없는 우리 가족이 성당 갈 날이 곧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