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있는 봄

오하이오 2018.04.16 14: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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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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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놀이터에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 노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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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화요일까지는 눈발이 히끗히끗 날릴 정도로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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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 기적 같이 변한 날씨에 아이들도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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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아래 노는 1, 2, 3호를 보니 그간 추위에 눌렸던 내 가슴이 저절로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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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보니 화씨 74도, 섭씨 24도란다. 전날까지 영하를 오갔던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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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오픈카의 지붕을 걷어 달리는 차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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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문 닫았다 연 아이스크림 가게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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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놀던 기분 살려서 햄버거 먹자는 아이들 뜻대로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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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속이 거북하고 두통이 있다는 2호가 햄버거를 다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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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날 저녁을 먹지도 못하고 아침도 거르다시피한 2호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등굣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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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이어 따듯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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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하는 등굣길, 나는 그림자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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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길가 나무들은 앙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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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나무 가지에선 새순이 돋아 나니 동네가 금세 초록으로 덮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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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는 이미 꽃이 활짝 피웠고 더러 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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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손대지 않은 잔디밭 여기저기에 민들레도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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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손 볼 재료 포대가 집집마다 쌓여있다. 이제 이대로 봄이 오나 했다.

 

0416weather_19.jpg하교길엔 아이들이 재킷을 벗어 재꼈다. 긴팔 셔츠도 덥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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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내린 비가 일요일 까지 이어졌다. '3일 천하'로 끝난 화창한 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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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 간 2호는 독감 판정을 받고 사흘간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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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토요일 1호는 남은 초콜릿을 녹여 넣은 '초콜릿 팬케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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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2호 안쓰러운지 옆자리를 지켜 주는 3호. 어쩌면 슬쩍 '빈대 붙어' 티비를 보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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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는 선물로 바꿀 수 있는 '엄마표 마일리지'를 적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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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읽지는 못하지만) 보면서 지정해 준 글자 숨은 그림 찾듯 찾아내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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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는 데다 아픈 2호룰 두고 집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난 아이들이 집에서만 주말 이틀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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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월요일 아침, 예정대로 1호와 3호만 등굣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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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가던 길, 하늘 마저 우중충 한게 괜히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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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엔 야외 의자를 펼치고 앉은 2호 혼자 남았다. 산책 좀 하는건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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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고민을 바로 접었다. 흐렸던 하늘이 눈을 쏟아낸다. "헉 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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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믿기지 않는 날씨의 연속입니다.
3월 이렇게 '냉온탕'을 오갈 때는 그래도 그럴만 했지만
4월들어 그것도 반이나 지난 지금까지 이러는 건
이곳에서 20여년 산 동네 친구도 처음이랍니다.
결국 버티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감기에 들고 말았네요.
오하이오의 봄을 믿지 말라던 동네 사람들의 말을 
이제야 실감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