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상한 고객인가요?

physi 2018.04.21 14:52:35

예전에 몰디브 다녀오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전 후기에서 @moondiva 님 댓글에 달았던 '인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겪었던 일'에 관한 얘기인데요.

https://www.milemoa.com/bbs/4116352#comment_4151473

답글에서 조금 생각을 다듬어 보겠다고 했었는데...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마침 게시판에 올라왔던

https://www.milemoa.com/bbs/board/4715135

고객의 VOC 관련 글에서, 여러 마일모아 회원님들의 의견이 '갑질 고객이 진상이었네' vs '승무원/사무장 대처가 잘못했네' 로 나뉘는거 같아.. 

여러 의견들 읽어보면서 어제 오늘 생각이 좀 더 복잡해진 경우인데..

 

저 위의 글이 마련한 자리를 빌어서.. 이미 일년이 지나버린 제 경험에 대해 마일모아 회원님들의 객관적인 생각을 한번 물어보고자 합니다. 

 

저도 혹시.. 이상한 사람인가요?

 

--------------------------------------

 

콜롬보 -> 인천 구간 대한항공 일등석 6자리중에 저희 부부 포함 다섯명이 탑승 했었습니다.

 

A330 첫 1열 2-2-2 좌석 배열에

와이프/저   (빈자리)/승객A    승객B/승객C   이렇게 앉아 왔는데요.

 

비행기가 인천 도착하기 한 3-40분 전 쯤에 승무원이 제게 오셔서.. 

승객B분 일행 분이 이콘쪽에 앉아 계신데, 갈아 타야하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니 일행분을 착륙때까지 빈자리에 앉혀 가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하시더군요. 

저야 마일리지로 발권한 일등석이라.. 이렇게 일등석 잘 얻어타고 가는것만도 감지덕지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국적기 항공사가 아닌 미국 항공사 문화에 익숙해져서인지.. 빈좌석 업그레이드를 누구에게 주고 그런거는 항공사의 고유권한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솔직히 저에게 그런걸 물어봐 주시는거 자체가 오히려 의아했고요. 흔쾌히 그러시라고 승무원께 말씀 드렸습니다.

 

사실 비행기 탑승 전 콜롬보 라운지에서 대기하면서 승객 B분과 그 일행분을 봤었는데, 어머님과 따님 사이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분과, 젊은 여자분이였습니다.  

나중에 비행기에서 일등석에 어머님(?)만 앉아계시고, 젊은 일행분은 안보이시기에, 어머님께 일등석을 태워드리고, 따님(?)은 혼자 이콘타고 오는....

그런 효심이 훈훈한 경우가 아닐까 내심 생각 했었어요.

 

근데 따님(?? - 아닐수도 있지만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분이 승무원 안내로 일등석 빈자리로 와 앉더니.

곧 착륙하니 안전밸트 매고, 의자를 새워 준비하라는 반복된 기내 방송 안내는 아랑곳 않고

의자를 펼쳐서 풀플렛 만들어 누우며 자리를 대놓고 즐기기 시작하시더군요.

 

전 이렇게 질서 안지키고 승무원 말 안듣는 승객이 참 싫습니다.

비행기 타면 그런분 가끔 있자나요.. 비행기 이륙때 셀폰 끄라고 기내 방송 나오는데도, 셀폰으로 전화질 계속 하는 그런 타입의 승객이요.

눈치줘도, 니가 내 전화에 뭔 상관이냐 하는 태도... 승무원이 뭐라고 해도. 비행기 아직 안떴는데 뭐 어떻냐는 당당한 태도 보이는 그런 승객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등석 승객이라고 유세 부릴것도 아니고요. 승무원께서 알아서 제지하겠거니 하면서 그냥 말았습니다.

기분은 편치 않은데..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자.. 내 상관할 바 아니다.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비행기 이륙전 다른 승객의 셀폰 사용도 대부분의 경우 이러고 넘어가고 맙니다만

딱 한번 애가 하도 시끄럽게 전화 하는걸 방관하는 부모한테 뭐라고 싫은소리 했던적은 있었습니다.)

 

근데 정작 승무원분도 뭐라 말 못하고 머뭇거리시더군요. 

정말 비행기 착륙 바로 직전에서야 마지못해 승무원분이 의자를 세워달라 제차 부탁을 하였고. 그제서야 그 여자분은 좌석을 앉은 자리로 돌렸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게이트에 도착해서 저는

"바쁘실텐데, 먼저 내리세요." 하며 그 젊은 여자분께 먼저 내리기를 양보해 드렸습니다.

 

 

근데... 말이죠.

 

설마... 했는데요..

 

갈아타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긴 뭐 촉박해요. 

 

입국수속 하고, 짐 찾고....

같이 세관 거쳐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

 

 

근데 이 경험이.. 기분이 굉장히 나쁘더군요.

정작 내가 누구 때문에 기분이 그렇게까지 나빴던건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 승객의 행동 때문이였는지.. 승무원의 거짓말 때문인건지.. 아니면 둘 다가 합쳐져서였던지.

아니면 제가 그냥 사람이 못나서 그런건지요. 

 

여덟시간 비행시간에 일곱시간 반,, 서비스 잘 받고,, 잘 타고왔는데.. 

마지막 30분동안 겪었던 일과 나중에 짐찾고 나올때 생각 때문에 그 비행 전체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남아있습니다.

 

 

혹시 내가 일등석이라고 유세부리는 마음이 있던건 아니였을까.. 반성도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승무원분께서 제게 거짓말 한것 만큼은 정말 화가 많이 나더라구요.

그냥 앉히고 싶으면 앉히고 아무런 말을 안해주셨다면 차라리 그런마음이 안 들었을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좀 이상한걸까요?

 

------------------------

 

fiji_review.png

 

얼마전에 제가 마일모아에 올린 다른 호텔 후기에 쓴 내용인데요..  https://www.milemoa.com/bbs/4642755

아무래도 제가 직원들이 거짓말 하는것에 대해선 많이 민감한거 같습니다. 

 

서비스에서 벌어지는 실수는 좋게 생각하고 넘어 가는데요.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직원에게 기만 당하는것 같은 기분은 결코 유쾌하지는 않은거 같네요.

 

 

제 생각이 잘못되었고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드신다면 가감없이 꾸짖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오랜시간 동안 제 아둔한 머리와 소심한 마음을 괴롭히던거라..

어느 방향이든 홀가분하게 뭔가 깨닳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