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들이

오하이오 2018.05.30 19:40:42

0531summertrip_01.jpg

아침 식전 부터 야쿠르트 하나 꼭 찍어 빨아대는 3호가

 

0531summertrip_02.jpg

전날 먹은 하드 막대기로 '스틱맨' 만들었다고 주고 갔다.

 

0531summertrip_02_1.jpg

사실상 서울 첫 나들이.  

 

0531summertrip_03.jpg

1, 2, 3호에게 포켓몬 카드 사주고 전철을 탔다.  

 

0531summertrip_04.jpg

이번 한국 방문엔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0531summertrip_05.jpg

서울대 정문에 내렸다. 떡볶이 튀김 먹던 간이 식당자리에 육중한 건물이 들어섰다.

 

0531summertrip_06.jpg

차로 북적대는 입구가 낯설다. 철교문이 한없이 육중해 보였는데 가녀려 보인다.

 

0531summertrip_07.jpg

연못을 가로지르는 묵직한 콘크리트 다리도 없어졌다. 

 

0531summertrip_08.jpg

"여기 왜 왔어?" "어, 아빠가 만든거 이거 보려고" 20 여년 만이다.

 

0531summertrip_09.jpg

1988년 딱 30년 전, 내가 추모비를 디자인하고 여러분이 함께 세웠다. 

 

0531summertrip_10.jpg

여러 의미를 담고, 독창성도 따져가며 고민을 했던 모양이었다. 

 

0531summertrip_11.jpg

친근감 있게 사람 키 크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그걸 느끼기엔 이래저래 멀은 듯 하다.

 

0531summertrip_12.jpg

밑둥엔 이끼와 흙먼지가 덮혔다. 

 

0531summertrip_12_1.jpg

구석 곳곳엔 거미줄이 쳐졌다. 5월, 국화 한송이 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0531summertrip_13.jpg

주변 나무에 매여진 낡은 리본. 언제 것일까...

 

0531summertrip_14.jpg

옛 도서관을 찍어 누른 듯한 새 도서관 건물에 추억도 짓눌리는 듯 했다.

 

0531summertrip_15.jpg

거대해진 도서관을 뚫고 나와 잠시 쉬며

 

0531summertrip_16.jpg

5월이면 유난히 북적댔던 아크로가 한산하다.

 

0531summertrip_17.jpg

학생회관, 전공 수업 보다 더 몰두했던 동아리 활동. 

 

0531summertrip_18.jpg

번듯하게 디자인 된 안내판에 오른 '서클' 이름. 나 땐 학교서 감추기 급급했다. 

 

0531summertrip_19.jpg

공연도 모임도 갖던 미대 '아크로'는 사람 발길이 닫지 않은지 오래인지 잡초로 뒤덮혔다.

 

0531summertrip_20.jpg

족구도 하며 놀던 마당도 자갈이 가득. 북적대던 사람의 흔적이 많이 사라졌다.

 

0531summertrip_21.jpg

먼지 펄펄 날리던 운동장은 인조잔디로 덮혀 말끔해졌지만,

 

0531summertrip_22.jpg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곳곳에 만들어진 가게였다. 구내식당 말곤 '장터국수' 하나 봤던 내겐 역시 낯설다. 

 

0531summertrip_23.jpg

다시 학교로 돌아간 선후배를 만나볼 의욕도 없이 버스 정류장에 왔다.

 

0531summertrip_24.jpg

정류장에서 올려봤다. 모양도 재질도 제각각 뽑내는 건물 틈을 다니니 숨통이 막히는 듯 했다. 

 

0531summertrip_25.jpg

말 없이 걷기만 하던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버스에 오르니 생기가 돈다.

 

0531summertrip_26.jpg

시인과 소설가는 아이 이름를 동규라 했단다. 두 동규는 같은 고등학교, 대학에 다니고 한 학교에 근무한다.

 

0531summertrip_27.jpg

깔깔 대는 1, 2, 3호. 무거웠던 내 마음이 금세 풀어진다.  

 

0531summertrip_28.jpg

쉴겸 놀겸 찾은 동네 도서관.  

 

0531summertrip_29.jpg

3호는 책 읽기 보다는 칠하고 만들기 

 

0531summertrip_30.jpg

집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하드' 하나씩. 빰빠래, 설레임, 보석바. 

 

 

*

기대와 설레임을 갖고 갔던 모교였습니다.

다니면서 크게 애정도 갖지 못했고,

마음만 무겁게했던 학교여서 외면해 왔습니다.

문득 이쯤에선 만나볼만 했단 생각이 들었는데...

사반 여세기의 세월이 너무 길었는지

첫 사랑을 만난 듯한 실망감만 가득했습니다.

그대로 가슴에 묻어 두고 갔을 것을 하는.

그렇게 비유하고 보니

밉다고 했는데 사랑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