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는 아이를 깨워 길을 나섰다.
전날 사전 투표를 마쳐 발길이 가벼워진 나 뿐만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잠이 깨자 가볍게 발을 내딛었다.
그렇지만 '새벽탈출' 탓에 부운 얼굴은 어쩔 수 없었다.
북적이던 네거리도 한산했다. 늘 이랬으면... 하는 황당한 바람을 담아봤다.
아침 6시가 안돼서 도착한 서울역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햄버거로 아침을 대신했다.
처가에 도착했다. 우리 식구를 반갑게 맞이하시는 장인, 장모님
외할머니 안마매트에 누워 덜덜거리는 진동에 신난 2호.
점심 먹고 외할아버지 포도밭에 간 1, 2, 3호.
포도가 익기 까지는 한참이 남아 볼거리가 없는 듯 했지만
아이들이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밭 한켠에서 키우는 닭들과
지킴이 노릇을 하는 누렁이, 아쉽게 몰려든 아이들에 집으로 숨어 나오질 않는 누렁이.
낯설지만 금세 적응하고 장난 모드로 전환한 2, 3 호.
처가 익은 듯한 살구를 몇개 땄지만
너무 시어서 먹기 힘들다.
포도밭 구경에 나선길, 2호는 발길 멈추고 땅바닥을 살핀다.
포도나무 사이 숨겨 둔 작물들. 이제 막 모양을 갖춰나가는 오이다.
강낭콩도 있고,
자두와
복숭아, 그리고
배 도 있다. 아직 익긴 멀었지만...
게중 잘 익은 오이 하나를 따서 뒤춤에 쥐고 가시는 장모님.
그 오이를 씻어 아이들에게 주니 맛있단다.
밭 구경 후 동네 탐험에 나선 아이들.
멀리 못가고 작은 못에 쭈그려 앉았다.
달팽이가 슬금슬금 기어 오른다. 작은 물고기도 바글바글.
포도밭에 다녀와선 저녁 먹으러 나갔다.
이 아이들에게 문어가 특히나 신기한 것은 미국 문화에 익숙한 탓일 게다.
저녁은 회다. 처음 먹어 보는 회를 몇점 물어든 2호. 잘 먹는다!
1호도 몇점 주워 물더니 쉴새없이 먹어댄다.
그렇지만 '밥돌이' 3호는 그냥 밥만 먹겠단다.
대신 물은 굳이 소줏잔에 마시겠단다. 음, 자세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