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배심원 선정 방식 (Jury Duty)

밥상 2018.06.20 04:51:06

어제, 오늘 지난 이틀간 jury duty 다녀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 하자면 배심원에 선정 되지는 않았는데 이게 참 피곤하고 세금 낭비 되는 방식 이네요..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 summon 이라고 우편으로 소환장을 받습니다. 이걸 받은 사람들은 (엘에이 기준) 소환 날짜 전 주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참석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를 알아 봅니다. (옛날에는 무조건 가서 기다려야 했다는데 그나마 나아진거래요..) 몇명에게 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갔던 날 대기실내 사람 수가 200명 조금 안 되어 보였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가서 그 때부턴 마냥 기다리는건데 진짜 지루 합니다. 대략 한시간에 한번 정도 패널로 참석할 사람들을 호출 하는데 호출 안 되면 계속 기다려야 해요.. 인터넷은 느리고 셀폰 시그널은 약하고, 밧데리는 계속 떨어지고.... 졸다 깨다.. 졸다 깨다를 반복... 그러다 3 (4?)번째 호출에 걸렸는데 2마일 떨어진 다른 코트에 배심원이 모자르다며 착출(?) 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4-5시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하다 집에 가는것 보단 나아 보입니다. 코트 갈때 지하철을 타고 갔던지라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운동삼아 걸어 갔습니다.

 

도착 해서 또 체크인 하였는데 대기실에 한 40여명 있었던거 같습니다. 도착 후 조금 있다가 패널로 선정되어 코트룸에 들어 갔는데요.. 복도에 대기 중 한명씩 이름을 불러서 번호표를 나눠 줍니다. 그때부터 패널들은 전부 번호로 불리우게 됩니다. 그리고 질문지를 하나씩 주고 코트룸 입장.. 입장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조금 듣고 한명씩 질문지에 써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합니다. 어디 살고, 무슨 일 하고, 가족 관계, 친인척 중 범죄자, 법조계 종사자 등등이 있는지, 공권력에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13가지 질문이 있어요.. 이걸 한사람 한사람 다 공개적으로 판사에게 대답을 해야 하는데 저희 패널은 35명 그룹 이었어요.. 한 사람당 2분만 잡아도 최소 한시간 이상 입니다. 문제가 영어 못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래도 판사가 최대한 질문 1부터 13번 까지 하나하나 쉽게 쉽게 물어 봐서 대답을 듣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차례 까지 오는데 (저는 참고로 끝에서 두번째 34번 이었어요..) 장장 3시간이 걸렸습니다.

 

개별 인터뷰 시작 전에 판사 말이 처음 24명까지 인터뷰 하고 검사, 변호사랑 상의 해서 더 할건지 결정 하고 더 할 필요 없으면 나머지는 바로 보낸다 그랬는데 영어 못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성에 안 찼는지 결국 35명 다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거의 코트 닫을 시간 다 되어서 다음날 오후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 첫날은 무료 인데 둘째날은 15불 준다고 합니다. (점심값 나오네요.. T_T) 대신 인터뷰 중 걸러 낼 사람들은 걸러 내어, 한 1/4 정도 다음 날 안 와도 된다고 번호 부릅니다. 대부분 영어 못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둘째날은 다시 모여서 변호사, 검사가 패널들을 대상으로 이런 저런 질문도 하고 추측이나, 개인감정 등은 다 버리고 증거물만 가지고 판단 해야 한다 어쩐다 하면서 한참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순서가 끝나면 배심원석에 12명을 번호 순으로 꽉 채워 앉히고 변호사랑, 검사가 한명씩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빼서 집으로 보냅니다. 빠진 자리에는 그 다음 순서의 번호가 가서 앉고.. 계속 그렇게 양쪽이 모두 오케이 할 때까지 빼고, 넣고를 반복 합니다. 처음 앉아 있었던 배심원들이 17번까지 였던것 같은데 27번에 가서야 양쪽 모두 오케이 했습니다. 검사 보다는 변호사가 더 많이 빼더라구요.. 검사는 왠만해선 오케이 였는데 계속 변호사가.. 그리고 2명의 예비 배심원을 더 뽑습니다. 그것도 12명 뽑는 것 처럼 하는데 검사/변호사 둘 다 대충 오케이 하더라구요 배심원단 다 꾸려서 그랬던거 같아요..

 

그렇게 12명의 배심원과 2명의 예비 배심원을 뽑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도 된다고 고맙다고.. 그 과정이 이틀 걸렸습니다. 35명의 패널들 시간은 둘째 치고.. 비싼 검사와 국선변호사, 그리고 판사, 기록원, 쉐리프 등의 인건비.. 재판 기간은 2-4일 정도 본다고 했는데 이게 모두 세금으로 하는거잖아요.. 그런데 피고인의 죄목이 뭐냐 하면.. vandalism 입니다. 홈리스 아저씨 였는데 무슨 업소 화분을 망가 뜨렸데요.. 엘에이는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650불인가 900불인가 넘어 가면 press charge 가능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마도 화분이 1000불은 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유죄를 받아도 misdemeanor 여서 큰 처벌은 없습니다..

 

홈리스 아저씨가 1000불 짜리 (추측) 화분 망가트린 걸로 기소 되어서 최소 40명의 시간과, 수만불의 세금이 낭비(?) 되고 있었네요.. 배심원 선정 과정만 개선 해도 시간/돈을 상당히 절약 할 수 있겠는데 답답하더라구요.. 물론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대부분이 참석 안 하려 할테니 어쩔수 없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제 첫 jury duty는 끝났고.. 앞으로 최소 1년간은 소환장을 받지 않을거라 합니다.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배심원 해 보는거였는데 거의 할뻔 했었네요.. 코트 가기 전에 뭘 하는건지 궁굼해서 찾아 봤는데 별로 정보가 없어서 이렇게 제 경험과 생각들 적어 봤습니다. 혹시 가시게 되실 분들은 24번 안에 들면 영어가 안 되거나 사상이 (-_-) 불순하지 않는 이상 거의 확정 이라고 보시면 될것 같아요.. -_-;;;;

 

사족으로 저희 회사는 jury duty 페이를 안 해 주기 때문에 피 같은 휴가 시간을 날려 먹었습니다. 홈리스 아저씨, 왜 그랬어요!! T_T

 

 

EDIT: 쓸땐 몰랐는데 써 놓고 보니 텍스트만 엄청나게 긴 재미 없는 글이 되어 버렸네요.. 다음번엔 사진 꽉꽉 채워서 여행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에 올리기로 약속 했던게 하나 있어서 꼭 올려야 하는데 게을러서 아직도....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