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갔다. 처음 만나 편안하게 이야기도 나눠보지 못했다.
높고 넓은 데 보이는 테이블은 서너개, 여유로운 공간이다.
아이들은 벽면을 장식한 책을 꺼내 본다.
마침 비가 내려 창 밖 풍경도 더위가 가셨다.
얼키설키 얹어 놓은 앞집 기와, 깨지고 남은 건 그냥 던져뒀다. 이조차 여유럽게 느껴진다.
공간에 익숙해진 3호가 마이크를 잡아들고 노래부르는 흉내를 낸다.
지켜보던 에벌린도 기타 치는 시늉을 하며 분위기를 맞춘다.
이번엔 바꾸어 3호가 기타를 잡고 에벌린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 장면을 찍은 루시, 3호는 모니터링을 한다.
아예 전화기를 빼앗아 든 에벌린과 3호가 사진을 넘겨 본다.
이번엔 에벌린과 3호의 부모 촬영
덕분에 어른 넷이 한자리에 앉은 사진 하나 건졌다.
이 요란한 자리에 빠졌있던 1, 2호. 책 몇권 찾아 2층으로 올라가 있었다.
아이들이 제 놀이를 찾자, 어른들끼리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곳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슌과 영어를 가르치는 루시.
커피를 마시러 오기도 하지만 종종 발표와 전시도 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카페를 나오자 바로 800 여년 된 다리, 바즈치아오(八字橋)가 있다.
사오싱(绍兴))을 중국의 베니스라고 한다. 곤돌라 대신 '우펑추안(烏蓬船)'이 있다.
800년이 된 다리라고 보이지 않게 흠 없이 튼튼해 보였다.
수로를 따라 걷다 보니 과거로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듯 했다.
'민속촌'이 아닌, 오래된 마을 그래도, 거기 사람들이 고스란히 살아 더 그랬나 보다.
집 안은 밖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컸다. 하긴 그 넓은 카페도 이런 집 중 하나였다.
마을 뒤로 빌딩이 휘황찬란했지만 주늑 들지 않고 과거를 품고 현재를 사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걷다 수로를 벗어나는 골목이 나오자 멈추고
두 가족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처음 만나 하루를 일주일 처럼 보냈다.
오던 길을 다시 걸어갔다.
마치 들어 왔던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나가는 듯한.
저녁도 먹고 가라는 루시의 만류를 뿌리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겨우 8시인데 사오싱 버스 터미널이 닫혔다. 중국의 모든 시외버스는 대여섯시면 끊긴단다.
기차는 조금 늦다고 해서 부랴부랴 터미널 반대편 기차역으로 향했다. 두편 남았다.
출발 15분전 표를 넣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기다리란다. 텅비다 시피한 대합실이 낯설다.
정확히 도착 10분 전 개찰구가 열리고 플랫폼에 올랐다.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
지난달 중국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지금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오싱의 하루가 끝났습니다.
이날 슌과의 만남과 관련한 항저우에서의 하루를
아직 정리못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꺼내 놓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다시 한국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