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라면 어디나 있을 법한 엄마 집 뒤쪽 베란다.
창고처럼 쓰인 터라 바닥이 많이 상했고 벽도 더러웠다. 온 김에 고쳐 보자 했다.
시작부터 부딪힌 난관. 냉장고 폭이 정확히 문틈과 일치, 애를 써도 혼자 맞춰 빼긴 힘들었다.
한참을 끙끙대다 냉장고 문을 뜯기로 했다. 먼저 위쪽 고리를 풀어 문을 들어 올리면
윗문과 아랫문 연결 고리가 나오고, 이를 들면 아랫문도 빼낼 수 있었다.
바닥은 '접착식 데코타일', 접착제를 바를 필요 없이 바로 잘라서 붙여 나갔다.
바닥을 다 깐 뒤 벽은 '폼블럭'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겸사겸사 단열효과도 기대했다.
벽도 계획한 만큼 다 붙였다. 폼블럭에도 접착제가 붙어 있어 힘이 들진 않았다.
그렇지만 폼블럭 접착력은 믿을만 하진 못했다. 구석마다 실리콘을 둘러 보완했다.
노인 혼자 쓰는데 예뻐 뭐할 거냐며 놔두라시던 엄마가 보시고 신혼 방 같다며 좋아하셨다.
크게 힘든 게 없었는데 아침에 시작한 일이 자정을 넘겨 끝난다.
빼낸 냉장고를 이틈으로 다시 넣진 않는다. 25년은 쓰셨다. 조금 작은 걸로 하나 주문했다.
낡은 벽 보면서 혼자 식사하시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한시름 덜었다.
비교되니 거실 마루가 더 낡아 보인다. "엄마, 내년에 와선 거실까지 다 깔아버릴게!"
참, 청소를 마치고 불을 붙여 봤다. 이런! '난연블럭'이라고 돈 더 주고 샀는데 활활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