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게 왔다 싶으면서도 섭섭했다. 1호가 같이 안가고 집 지키고 있겠단다.
처가 장모님과 여행가고 나는 어머니 모시고 찜질방에 가던 길이었다.
가는 길이 덥다는 아이들을 달랬다. 찜질방에 도착해서 약속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다.
작년 여름에도 찜질방에 갔다. 늘 셋이 모여있던 터라 허전하다.
1호에게 전화를 했다. 조용히 실컷 책 읽고 싶다고 했던 만큼 혼자 있으니 좋다고 한다.
2, 3호도 놀 데 찾아서 신나게 논다.
찜질 마친 어머니가 아이들 노는데로 올라오셨다.
뛰고 기고 쉼 없이 움직이는 아이들.
사진 찍게 폼 좀 잡으시라고 했는데 손주에게서 눈을 못 떼는 어머니.
겨우 얼굴 돌려 포즈를 취하시는데 나도 어색하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면서 엄마 사진은 몇장 못 찍었다.
다시 뛰는 아이들. 어깨가 뻐근한데 나는 찜질 언제 하나 싶을 때 1호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 있는게 심심해지고 슬슬 무섭단다. 좀 일찍 올 수 있냐고 묻는다.
한참을 놀던 2, 3호가 퍼졌다.
간식 하나 씩 입에 물리고.
이방 저방 구경하다 자리 잡은 얼음방
(찜질 아닌 뛰어서 난) 땀 식히고 옥상에 올라갔다.
정자까지 갖춘 그럴 듯한 옥상 공원이었다.
찜질방 안 식당. 다 함께 모여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식사를 했다.
5년 전 여름 만 두살이 안된 3호와 둘이서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찜질방을 다녔다.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누워 책 보던 2호.
3호가 전화기로 만화영화를 보자 책을 접은 2호.
어머니는 그 사이 찜질에 샤워까지 마치시고 아이들 곁으로 오셨다.
집에 혼자 있는 1호가 빨리 와달라는 말에 신경이 쓰여 빨리 가자고 하신다.
나와 아이들도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찜질방에 무대가 있었다.
무대에 오른김에 춤이라도 한번 추라니 저러고 만다.
자, 이제 갑시다! 2, 3호는 재밌었단다. 1호만 아니면 하룻밤 자고 가려고 했건만.
모은 쿠폰으로 통닭 한마리 샀다. 튀겨지는 닭 보며 미소를 지었다. "1호에게 아직은 내가 필요한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