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17년 여름 대성리. 대학때 추억하며 왔는데 번듯한 역사에서 부터 분위기가 깨졌다.
역 앞 마트에서 쇼핑하면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 청량리역에서 부터 바리바리 싸올 일이 없어졌다.
숙소로 잡은 캠핑장 안에도 가게가 있다. 주문하면 바로 숯불과 불판을 준비해 준다.
짐 풀고 꺼낸 술. 근사하다. 대성리도 변했고, 카바이트 막걸리 마시던 우리도 변했다.
바로 고기부터 구웠다. 일찍 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동기의 예상이 빗나가 여행이 늦어졌다.
모기 등쌀에 밀려 요기만 하고 실내로 들어왔다. 밤새 이어진 사내 셋의 음주와 수다.
잠깐 자고 깼다. 이제 보니 구석 구석 아기자기한 공간이 꾸며져 있다.
창문 너머로 북한강이 보인다.
난생 처음 묵어본 캠핑카. 대학시절 대성리에 오면 수십명이 함께 자는 민박집에서만 잤었다.
마침 추적추적 비가 내려 술기운도 빨리 가시는 것 같았다.
잠시 바깥구경하고 온 사이 동기와 후배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마침 딱 먹고 싶은 콩나물국. 차 안에 압력 밥솥까지 있으니 이게 여행인가 싶다.
체크 아웃. 일단 기념 촬영. 괜히 첫사랑 만난 기분이 들어 다시 대성리에 올지...
사장님께서 캠핑장 안에 소나무 공원이 있다고 구경하고 가란다.
한눈에 봐도 파는 나무인 줄 알겠다. 이게 다 얼마냐 했다.
북한강을 따라 걸었다. 강가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오히려 익숙치 않다.
그나마 변하지 않은건 저 강물이려니 했다.
일간지 논설위원이 된 동기에 깜짝 놀라 세월을 따지다 대성리까지 오게됐다.
돌아보면 흘러간 시간만 보인다. 세월이 물처럼 흐른다지만 정작 흐르는 물은 변한게 없다.
따라나선 후배의 뒷 모습. 어쩌다 보니 짐꾼으로 부린 것 같다.
강가 근사한 텐트가 쳐졌다. 요즘 캠핑은 확실히 내가 알던 캠핑과 다르다.
대성리 오가던 기차도 사리지고 전차가 다닌다. 그렇게 이 친구들과 2017년을 보냈다.
올해 한국에서 첫 '유흥'을 함께 한 것도 이 친구들이었다. 출국 앞두고 먹고 싶은걸 묻는다..
두달 동안 다 먹었다 하니 을지로에 데려왔다. '오징어이빨'이란다. 먹어야 봤지 여기서 못먹어 봤지
맥주한잔 씩 걸치고 식사를 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 머릿고기는 못 먹어 봤다. 누른 고기를 생각했는데 혀 까지 내온 정말 머리의 고기다.
다짜고짜 계산대로 간 동기. 내 고국 한국에 왔는데 어쩌다 보니 늘 손님 대접이다.
다시 맥주거리. 해가 지니 손님이 꽉 찼다. 정말 난리다.
분위기나 사람 숫자로 보나 호프브로이하우스에 밀리지 않는다. 출국전 와보기 잘했다.
술자리 마치고 온 동기의 사무실..창 밖 풍경이 낯설 만큼 변했다. 그래서 변하지 않은 우정이 더 빛난다.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