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내 놓기를 미루던 호박등이 현관에 앞을 밝힌 저녁.
처가 나섰다. 아이들 핼러윈 코스튬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큰 종이 말고 접어 만든다고 설친 코스튬은 결국 실패했다.
실패한 아이들이 안쓰러운 처가 부랴부랴 부직포를 사서 먼저 1호 걸 만들어 줬다.
며칠 동안 거실 구석에서 코스튬을 디자인했다.
그렇게 종이로 접고 붙여 만든 모델대로 큰 종이를 사서 만든 다는 건 아이들 계획이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3호가 거실에 놓은 코스튬을 봤다.
스타워즈의 캐릭터를 종이접기 모양에 맞게 '오리가미 요다'라 거나 '다스 페이퍼'라고 부른다.
학교 갈 준비도 안하고 코스튬을 입어 보겠단다.
제 그림대로 나온 옷이 신기했는지 마냥 싱글벙글.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처는 김밥을 말았다.
김밥 최고 일미를 '꼬다리'. 다섯식구 중 나만 그리 여기는 탓에 경쟁 없이 내 차지.
하교후 준비한 음식과 코스튬을 들고 사냥 사냥 베이스 캠프(?)로 이동했다.
매해 몇가족이 이웃 집에 모여 함께 핼러윈 행사를 치뤘다.
안고 잡고 다녔던 아이들이 이젠 자기들 끼리 모여 수다를 떨 만큼 컸다.
저녁 6시, 시가 정한 핼러윈 행사 시작 시간. 규정대로라면 8시에 끝내야 한다.
출발과 동시에 달리는 3호. 따라가기 힘들다.
"사냥 없어지 않는다, 뛰지 말고 걸어라" 잡아 세우고 한마디 해줬다.
걸으면서도 분주한 티가 역력한 2호.
마당 가득 으시시한 장식에 분장까지 갖춘 어른들,
더러 그런 어른들이 아이들 보다 더 즐거워 하기도 한다.
민주당세가 강한 우리동네, 예년과 달리 선거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길 끝을 건너 집으로 돌아 가는 길목의 교회.
아이들에겐 팝콘 먹는 곳. 간간이 내리는 비로 길거리로 나서지 못하고 교회 안에서 나워준다.
나도 잠시 쉬며 코코아 한잔 얻어 마셨다.
코스튬 입고 먹는 법이 제각각이 된 아이들. 1호는 요다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
2호는 줄무늬 밀어 재끼고,
3호는 눈 구멍으로 입을 내밀어 팝콘을 넣는다.
그렇게 동네를 한바뀌 돌아 행사를 마친 아이들.
베이스 캠프에 돌아온 아이들. 짐을 풀자마자 물물교환 장터를 열었다. 올해도 해피 핼러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