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한 벽에 부부의 양가 가족 사진들이 가득하다.
남편의 할머니. 한창 예쁠 때 흑백 사진에 색 입혀 걸었다.
할아버지 모습도 가장 멋진 시절의 모습이리라.
친적집 벽에 걸렸던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들은 무서워 보이기까지도 했던 노년의 모습이었다.
5년 전 지역 한인 어르신들 영정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다. 친척집 벽에 걸린 영정 사진을 떠 올렸다
미국까지 싸온 고운 한복을 차려 입으셨지만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순 없었다.
평소 인물에 더해지는 '뽀샵질'을 거부해왔지만 이 때만은 달랐다.
주름을 펴고, 떠지지 않을 만큼 줄어든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한복을 입지 않아도 곱게 보이게 열심히 다듬었다.
"제가 이렇게 예뻐요?" 수줍게 웃으신다. 훨씬 예뻤을 20대를 담아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그래서 원본 사진을 감추고 내민 사진이 지금 모습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두 달여 걸쳐 만든 30 여 어르신의 사진을 드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십시일반 모았다며 돈 봉투를 내미신다. 돈 받지 않는 걸 알면서도 치레는 해야하는, 영락 없는 한국 어르신이다.
어르신들 양해를 얻어 (어르신들은 보시기 힘든 먼) 전시장에 걸었다. 모아 만든 터라 꽤 커졌다.
장례식에 쓸 사진을 제 손으로 찍고, 게다가 받아들고 환하게들 웃으며 죽음을 준비하는.
찾은 미국 사람들은 그런 한국 문화가 작품 크기 못지 않게 크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아, 그런데 정작 내 일은. 몇년 전 큰 비로 상한 아버님 영정 사진을 거두었다.
이제 고작 양복 한벌 해드렸는다. 체면 치레에 남 일엔 열성이던 아버님 성격을 나도 닮았나. 정말 싫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