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부다페스트와 프라하 여행 (02: 부다페스트)

sophia 2018.12.05 17:19:27

[후기] 부다페스트와 프라하 여행 (01)

[후기] 부다페스트와 프라하 여행 (03: 프라하)

 
 
- 카메라: 전 원래 사진 찍는데 별 관심이 없어서 카메라 따위는 아예 소유하지도 않고, 아이폰 SE로 만족하는데요. 부다페스트 가실 분들은 꼭 집에 있는 제일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카메라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부다페스트 가기 전에 업그레이드 하시고, 업그레이드한 카메라를 가져가셔야 나중에 후회 안 합니다.

 

 

Free Walking Tour: Free Tours by Foot (www.freetoursbyfoot.com)에서 하는 무료 walking tours를 지금까지 뉴올리언즈, 뉴욕, 부다페스트 세 도시에서 다섯 가지 정도 해 봤는데요. 2-4시간 정도 야외에서 걸어다니는데 지장이 없고, 영어가 불편하지 않은 분들께 꼭 추천합니다. 
 
일단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투어 예약을 하고, 투어가 끝난 후에 마음에 들었던만큼 팁을 주는 시스템인데요. 그러다보니, 가이드들이 자기가 맡은 투어에 관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설명도 재미있게 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대부분 엄청 노련하고요. 투어가 끝난 후에는 본 투어의 내용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 동네의 맛집이라던가 재미있는 로컬 이벤트 등에 대해 물어봐도 잘 대답해줍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서 팁을 주고싶게끔 만들더라구요.
 
처음 가는 도시라면, 도착한 첫날 general walking tour를 하면 그 동네에 대한 윤곽이 머릿속에도 잡히고, 직접 걸어다니며 동선도 익히게 되어서 차후에 따로 다닐 때도 익숙하게 다닐 수 있어서 좋구요. 이미 여러 번 방문했던 도시라면 Street Art Tour 같은 특정 주제를 가진 투어를 하면서, 평소에 그냥 지나쳐 갔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굴라쉬 (goulash):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굴라쉬는 한국 육개장이랑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던데요, 굴라쉬도 집집마다 김치 담그는 법이 다른 만큼이나 레시피가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전 이번 여행에서 구글맵과 트립 어드바이저의 리뷰를 보면서 음식점을 찾아다녔는데, 부다페스트 인터컨 근처의 Terv Presszó (tripadvisor page)의 굴라쉬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시뻘건 국물이 잔뜩 든 국그릇이랑 빵 몇 조각이 같이 나오는데, 색깔만 그렇지 하나도 안 맵고요. 딱 한 입 먹으니, 왠지 익숙한 고깃국 맛에 입가에 미소가 씨익~. 국에 가려서 그렇지, 아랫쪽에 야들야들하게 익은 고기가 제법 많이 들어있고요. 감자도 미니멈만 들어있고. 기본에 충실한 굴라쉬인 듯 했어요. 집 앞에 이런 굴라쉬 파는 집이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갈 것 같아요. 굴라쉬와 흑맥주 한 잔에 2540 HUF ($8.91)이었습니다.
 
체코에서도 굴라쉬를 먹긴 했는데, 이건 좀 더 비프 스튜 같은 것이, 제 입맛엔 헝가리의 고깃국 같은 굴라쉬가 더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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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 Dining동유럽이 워낙 물가가 싸서, 원래는 DC나 뉴욕 같은데선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미쉘린 스타 달 날이 멀지 않았다”고 평가 받는 음식점엘 가서 코스요리와 함께 wine pairing을 할 예정이었어요. 이런 곳도 일단 별을 받으면 가격이 더 올라가겠지요, 예약하기가 힘들어지던가. 그런데, 같이 여행을 가려던 동행이 가족의 메디컬 이머전시로 여행을 포기하는 바람에 fine dining은 마음 속에서 살짝 포기를 하게 됩니다. 혼자 가서 이런 거 하면 재미가 절반도 안 되잖아요. 먹고 마시면서 같이 품평을 할 사람이 있어야 재미가 배가 되는데.

 

그렇다고 맛있는 것 먹는 걸 완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노보텔 다뉴브에 체크인 후 근처 맛집을 열심히 검색하게 됩니다. 그러다 찾은 곳이 Mandragora (tripadvisor page). 왠지 마법을 써서 요리를 할 것 같은 이름이잖아요. 레스토랑 홈페이지도 보고, 다녀온 사람들 리뷰도 봤는데, 여기 쉐프가 새로운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소개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듯 하더군요. 혼자다 보니 정 안 되면 바에 앉아서 먹지라는 마음으로 walk-in을 했는데, 동행이 있으신 분들은 예약이 필수인 듯 합니다. 제가 앉은 테이블이랑 한 테이블 빼고는 죄다 예약석이더군요.
 
요약을 하자면, “식사 내내 눈에 보이는 것과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의 즐거움, 놀라움, 그리고 다음 요리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음식을 먹느라 너무 재미있었다”가 되겠습니다. 서버도 굉장히 attentive 했구요, 매번 이번 음식은 어땠는지 물어봐 주는 게, 혼자 온 손님으로써 바로바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와인 스프리처와 애피타이저로 시작해서, 어뮤즈 부쉬 하나 나오고, pork chop steak에 후식으로 에스프레소까지 8525 HUF ($29.90, 10% 팁 포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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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리버 크루즈: 부다페스트 오시면 리버 크루즈는 필수입니다. 크루즈하면서 저녁을 먹는 코스도 있는데, 저는 그냥 음료수 (차, 맥주, 와인 등) 두 잔 무료로 제공되는 70분짜리 크루즈를 탔어요. 해지는 시간 약간 전에 시작하는 배를 타시면, 해 지기전 모습과 야경을 다 볼 수 있어서 좋지요. 제가 탄 날은 날씨가 비가 부슬부슬 오면서 칙칙해서, 해 지기 전 모습은 별 감흥이 없었죠. 실망을 하려던 찰라, 해가 슬슬 지면서 도시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너무너무 멋있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펼쳐지더군요. 꼭 타세요. Legenda.hu에 가시면, 3900 HUF ($13.68)에 미리 예약 가능합니다. 오디오 가이드에 한국어도 있는데, 얼마나 번역이 잘 되었는지 몰라서, 전 그냥 영어로 했어요.

 
 
Szépművészeti Múzeum (Museum of Fine Arts): 제 전공이 미술사라 전 유럽엘 가면 미술관 찾아다니느라 바쁩니다. 하루에 좋은 뮤지엄 한 군데, 맛집 하나 가면, 나머지 시간엔 뭘 해도 즐겁거든요. 이 뮤지엄도 오랫동안 레노베이션을 한다고 문을 닫았다가, 10월 31일에 재개관을 해서 갔습니다. 헝가리도 그렇고 체코도 그렇고, 예전에 합스부르그 왕가의 지배하에 있었던 역사 때문에 문화예술 관련 컬렉션이 참 좋습니다. 시간 되시면 들러보세요.
 
 
Liszt Memorial Museum & Research Center: 제 학부 전공은 피아노였습니다 (아이고, 다 나오네요. ㅎㅎ). 리스트가 죽기 전 마지막 5년간 살던 집이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가봤습니다. 예전에 리스트 음악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이고요, 현재 리스트 음악원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리스트가 사용하던 침대, 소장하던 책들, 직접 연주하던 피아노와 오르간, 리스트가 원하는대로 주문제작된 피아노와 오르간을 합쳐놓은 악기, 여행다니면서 손가락 연습용으로 사용하던 건반, 리스트 손을 석고로 떠 놓은 것, 다양한 화가, 조각가들이 만든 리스트 초상화와 초상 조각들. 혹시라도 이곳을 방문하실 분들은 오디오 가이드가 필수입니다. 그냥 돌아보기만 하면, 작은 방이 세 개라, 10-15분 안에 끝나고 뭐가 뭔지도 모르실 거고, 아무런 감흥이 없으실 거예요. 매주 토요일 아침 11시에 같은 건물의 연주회장에서 2000 HUF ($7.01)에 직접 연주를 감상하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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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List is at home Tuesday, Thursday, Saturday, between 3 pm and 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