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왕보다 더 우아하게!

티라미수 2018.12.24 14:12:30

몇달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사진 몇장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서 바로 비행기를 예약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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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반에 말라가 주변 산 속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인부들 작업용 아슬아슬한 길을 건설하고,

완공 후 당시 스페인 국왕인 알폰소 13세가 축하하기 위해 이 길을 지나갑니다.

네, 왕이 지나갔다해서 이름이 왕의 오솔길/caminito del rey/king's pathaway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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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임시로 만든 길이었기에 허술했고 이후에는 사용계획이 없어서 방치됐으나...

경치가 좋다고 이름이 나니 용자들이 허술하고 무너진 길을 통해 등반을 하다 자꾸 사망을 합니다ㅠㅠ

그래서 3년 전에 스페인 정부에서 아예 이 길을 새로 제대로 닦아놓고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Caminito del rey가 목적이긴 했지만, 그 참에 파리를 base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Strasbourg와 Colmar도 다녀오고

Transavia를 타고 세비야에서 좀 놀다가 왕의 오솔길을 가기위해 말라가로 갑니다.

말라가에서 파리로 올 때는 Air Europa를 탔는데, 나름 Skyteam이라 기대했습니다만 무료음료조차 없고 LCC랑 똑같네요~

가기 전에 고민이었던 게 10월말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심해 근처까지 가는 기차가 끊겼다고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빨리 복구할 리가 없을테니 렌트를 해야하나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세비야와 말라가만 즐기고 올까 고민했는데

고맙게도 12월 초쯤부터 사람들이 다른 방법을 발견해내서 인터넷 커뮤니티(유랑)에 퍼집니다!

말라가에서 버스를 타고 Alora라는 도시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면 El Chorro로 갈 수 있고, 거기서 셔틀버스를 타고 왕의 오솔길 입구로 갑니다.

기차로는 40분이면 가는 길을 버스 갈아타고 2시간 정도 가야했고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인터넷에 따르면 El Chorro역에서 입구까지 가는 길도 산사태로 막혀서 돌아가야해서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는데요.

막상 가보니 그 길은 복구가 되서 셔틀 탄 후엔 20분만에 갔습니다~ 더군다나 돌아오는 길은 경로가 달라서 기차로 올 수 있었어요.

 

셔틀에서 내리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통과해서 진입해야합니다.

동굴에서 나와서도 한 20분 걸어가야 검표 및 안내요원을 만날 수 있어요.

그래도 20분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게끔 수려하고 신비로운 경치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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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면 one-way라 돌아올 수 없고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하더니 한 2시간도 안걸린 것 같아요.

가는길이 너무 황홀해서, 동행한 동생이랑 계속 사진이 이 경치를 담지못한다며 아쉬워했어요.

중간중간에 두 번 정도 휴식할 만한 공간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기서 쉬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전혀 힘들지 않아서 쉬기도 애매해서 그냥 계속 갔더니 더 빨랐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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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관이 멋지긴 하지만, 새로 넓게 닦은 길 말고 그 아래 있는 원래 있던 길을 보면 정말 위험했겠다 싶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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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닦아놓은 길을 통해 편하게 가면서, 나는 왕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이 길을 지나갔던 왕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우아하게 절경을 감상하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히 느껴졌어요.

게다가 내가 왕보다 낫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 계기가...

기차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기차시간까지 1시간 반이나 남았는데, 기차역 앞에 단 한 개의 호텔이 있고 그 안에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손님이 거의 없어서 문을 열었나 싶었는데 bar 쪽에 손님이 두 명 정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먹으려했더니 직원이 테라스로 안내해서 가보니... 이런 경치를 저희가 전세냈네요!

수려한 경치와 음식을 즐기며, 왕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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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우아하게 하고 기차로 편하게 돌아와서 말라가의 뜨거운 연말을 잘 보내다 어젯밤 돌아왔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콜마르, 세비야, 론다, 말라가 등은 다른 분들도 많이 다녀오셔서 후기가 필요 없을듯하지만,

왕의 오솔길은 아직 새로운 여행지인지라 여행기 써봤고요.

hot한 말라가의 연말 분위기 느껴보시라고 짧은 클립 하나만 공유합니다~ 2000년대 초반 명동인줄...

https://drive.google.com/open?id=1PeQyXHKFLRlz4Wyciuw2y1C6PCIpLa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