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비위가 약하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식사 직전이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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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 변기 사진이 많습니다.
제겐 아름다운 기억이긴 하나 더럽다고 느낄 분도 계실 듯합니다.
올여름 서울에서 가져온 앨범이 한 권 있다.
'폰카'는 물론 '디카'란 말도 없던 시절, 필름 카메라로 담은 유럽 배낭여행 사진이다.
양옆으로 두 번 펴 드러난 네 면에 붙은 10장 사진첩, 그 앞뒤를 꽉 채운 사진.
채우고 남은 사진은 따로 봉투를 붙여넣어 뒀다. 100 여장, 스캐너에 넣으며 그 기억을 되새겼다.
프랑스 파리샤를드골공항(CDG), 좌), 참 크다 싶었다. 몸이 잠길 듯한 느낌.
파리 북역(Gare du Nord) 맥도날드(우), 작았고 한편으로 아늑했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 맥도날드(좌), 명성 탓인지 변기도 커다란 포도주잔 같았다.
프랑스 칸(Cannes) 기차역(우), 영화제 연상과 달리 꾸밈없이 단아한 얼굴 보는 듯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 KFC(좌)와 마드리드(Madrid) 버거킹, 화려했다.
다만 더 눈길을 끈 건 다른 두 도시 같은 모양이었다는 것.
스위스 제네바(Geneva) 기차역(좌), 가볍고 날렵했다. 콧구멍 같은 배수구도 인상적이었다.
독일 뮌헨(München) 기차역(우), 플라스틱 망이 친숙했다. 나프탈렌 몇 알 얹었으면 딱 한국 형(?).
체코 프라하(Praha) K마트, 보는 방향 따라 모양이 확 바뀌는 소변기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체코 프라하 레두타(Reduta) 재즈 클럽, 마주 보고 내려보다 작은 구멍 파서 모양 만든 배수구에 매료됐다.
클린턴 대통령이 순방 중 직접 연주했다는 곳, 재즈도 듣고 맥주도 한잔했을 텐데 이젠 변기 말곤 별다른 기억이 없다.
체코 프라하 유스호스텔(좌), 단순했다. 유스호스텔을 찾는 여행자를 닮았달까.
독일 퓌센(Füssen) 기차역(우), 단단하고 다부졌다. 독일이 줬던 선입견 그대로.
디즈니랜드의 모델로 더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성을 보기 위해 퓌센에 갔다.
독일 노이슈반슈타인성, 보는 순간 성을 지켰음 직한 장병의 투구를 연상했다.
스위스 제네바 영국공원(Jardin Anglais), 반가웠다. 국민학교 때 종 치면 달려가 벽보고 댓돌에 조르르 섰던 기억에.
독일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Staatliches Hofbräuhaus in München) 변기. "사진 찍어요." "오케이." 너도, 나도 취했다.
사진을 찾아봤다.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술자리도 술잔도 컸다. 여행 짐을 벗고 실컷 마셨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앙다이(Hendaye) 기차역(좌), 작은 충격. 양변기의 개념에 혼란이 왔다.
모나코(Monaco) 기차역, 왕자와 공주 그리고 그레이스 켈리로 기억된 동화 나라 환상이 깨졌다.
독일 노이슈반슈타인성(좌)처럼 배수구를 변기 가운데 혹은 뒤쪽에 만들지만, 프라하 레두타재즈클럽(우)은 달랐다.
뒤쪽에서 물이 흘러 앞쪽으로 쓸어내리는 모양이다. 이젠 한국서도 보기 힘든 옛 수세식 변기와 같은 원리다.
제네바 영국공원(Jardin Anglais), 급해 달려들어간 화장실 변기가 이렇다면 정말 황당할 것이다.
부서졌나 보다 싶어 옆 칸으로 가지만 이번엔 뜯어진 흔적이 없다. 창의력을 동원해야 한다.
제네바 기차역(Geneva Cornavin), 아무래도 돈 넣어 열리는 화장실 문은 유럽의 대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보니 이게 선진국, 복지국 소리 듣는 나라가 할 짓인가 싶다.
사진 뒤 번지지 말라고 붙인 테이프에도 불구하고 흐려진 메모가 지난 시간을 실감케 한다.
필름 값 부담에 기억에 담은 다른 여행 기록은 세월이 다 씻어냈다. 심지어 어렴풋한 에펠탑, 보긴 했던 것 같은데...
업데이트 230218
피렌체 베오키다리(Ponte Vecchio, Firenze) 끝 지하에 있던 피자집에 겨우 문 열고 들아갈 정도로 작은 화장실.
벽에 붙은 커다란 물 내리는 단추가 인상적이었던
그때 베오키다리를 건너며. 사진 뒤 메모 'Firenze Pizza 집' 아니었으면 기억도 못 할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