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면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둘 길 밖으로 던져졌다.
길게는 봄이 되서야 치운 적도 있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우리도 내렸다.
아이들이 트리를 장식했던 자잘한 물건들을 먼저 거뒀다.
나는 트리 박스에 넣어뒀던 아이들 물건들을 펼쳤다.
코팅 기계를 데우고 미뤘던 아이들 물건 정리를 시작했다.
1호 4살때, 키가 커서 기쁘다며 그린 그림
그때 가족 함께 수영하는 모습이라며, 사과 나무라며 그려낸 그림도 코팅기에 넣었다.
1호 다섯살, 아빠는 '나이스'하다며 그린 것은 나의 입과 이와 혀.
2호 1학년때 노트. 코팅하기 힘든 물건들은 따로 모았다.
1년 여전 3호가 만든 만화책(?)이다.
이야기가 뒷면으로 이어져 끝나기는 하는데 나는 줄거리를 이해 못했다.
얼마전 가져온 이야기 놀이 교재로 만든 그림과 글,
오리 먹이로 쿠키를 추가로 그려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또 비둘기 먹이로 더한 햄버거. 이건 모두 처의 노트로 들어갔다.
나는 나대로 추억 놀이는 하는 사이,
아이들도 거둬들인 장식품을 가지고 논다.
이 순간 본분을 잊지않고 꾸역꾸역이나마 치우는 건 2호 뿐.
3호가 카드 하나를 들춰 읽는다. 처가 2호에게 쓴 카드다.
1호도 엄마가 써준 카드를 읽고, 3호는 왜 자기한테 쓴 건 없냐고 묻는다.
대충 놀만큼 놀았는지 1호가 크리스마스 등을 걷었다.
얼추 장식물 정리를 마친 1, 2, 3호.
종이 밖으로 벗어난 3호의 사자. 프레임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움, 늘 잊지 말길.
끝으로 내가 트리를 접어 넣어 해체를 마쳤다.
펴고 접을 때 마다 떨어져 나간 이파리들. 11년 동안 트리가 많이 홀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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