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기형도

오하이오 2019.03.08 08: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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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월7일은 기형도 시인의 30주기 였습니다.

언론에서도 갑작스레 시인을 불러냈고 저도 오랜만에 시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시인의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서는 심포지엄도 열렸다고 합니다.

대학 동문인 윤동주 시인과 비교하는 연구가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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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까지 들고온 시인 10주기 추모 전집에 아주 작은 사연이 있습니다.

전집 발간에 참여했던 시인의 후배에게 '사전 판매' 안내를 받았습니다.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존재 같던 시인이 시인이 지척에서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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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암울했고, 하루하루가 비참했던 20대 내가 

시인의 고통에 위로 받고 마음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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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에는 시 뿐만 아니라 산문과 사진들도 실려있습니다.

자신의 시를 정서하길 즐기고, 시인이 타자 한 시를 보고 좋아하셨다는 대목에선 웃음도 났습니다.

저는 타자기가 아닌 워드프로세서로 반듯하게 프린트된 내 글을 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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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처에게 물어 봤습니다. 기형도 시인 아나?

처도 시인이 시집을 갖고 있습니다. 유고 시집이자 사실상 유일한 시집입니다. 

시인이 이 시집 발간 직전 뇌졸증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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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밑줄 쳐진 시집을 보니 처도 20대를 그렇게 지나왔나 봅니다.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 받았던 그 시들이, 이젠

안타깝고 안쓰럽게 읽힙니다. 

시인이 힘든 시대에 던져졌던 것 같아서요. 

 

어쩌면 29세로 멈춘 시인의 젊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20대들의 고통은 여전 한걸 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