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올챙이랑 인생게임 (Game of Life) 한 썰.

개골개골 2019.04.04 18:07:02

아마 보드 게임 안하시는 분들도 한 번은 해보셨을꺼에요. 모노폴리와 함께 경제 입문 보드게임계의 강자. 인생게임 (Gam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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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를 한국 출장갈 때 하나 사와서 간혹가다 올챙이랑 둘이서 하는데요. 저번 주말 게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게임을 하게 되면 제일 첨에 선택하는게 있습니다. "너 100만원 빌려서 대학갈래 아니면 바로 고졸 직업으로 시작할래?".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제일 확실한 방법은 빚내고 대학가서 의사나 변호사 직업을 가지는겁니다. 그래서 올챙이는 언제나 대학가는 루트를 선호합니다. 저는 다른 케이스를 보여주고 싶어서 주로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선택을 하는 편이구요.

 

그래서 저는 "경찰관"이 되었구요. 올챙이는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아마 경찰관 초봉이 50만원. 회계사 초봉이 70만원인가 그럴꺼에요. 그런데 이 두 직업의 수입 차이는 "초기 투자금 100만원 + 이자"를 상쇄할만큼 치명적으로 크지는 않아요...

 

그렇게 해서 게임을 진행하다가 다음 중요 이벤트는 "신혼집" 마련입니다. 신혼집은 나중에 15-20% 이익을 보고 Permanent House로 바꾸게 되기 때문에 투자대비 수익이 많은 집을 구매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저는 100만원 투자해서 나중에 120만원 버는 집을 구했고. 올챙이는 120만원 투자해서 나중에 140만원 버는 집을 골랐습니다. 제가 올챙이에게 물었죠. "왜 120만원짜리 안골랐냐. 그게 투자대비 효율이 제일 좋지 않느냐?". 올챙이왈 "어차피 나중에 20만원 버는건 이 집이나 저집이나 똑같지 않느냐. 그럼 나는 돈 더 내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 여기서 일단 올챙이한테 한 방 먹었습니다. 물론 현실 세계였으면 초기 투자 차액 20만원으로 뭘 해도 딴걸 더 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현금으로 굴려서 뭔가 더 이득을 얻고 그런 메커니즘은 없거든요...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다 다음 분기점은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에 재입학하냐를 결정하게 됩니다. 올챙이는 의사/변호사가 못된게 못내 아쉬워서 돈 50만원 내고 학교로 다시 들어가고, 저는 그냥 가던길로 갑니다. 경찰관의 경우에는 초기 월급 50만원에서 90만원이 cap이기 때문에 이제 월급이 더 이상 안오르게 됩니다. 여기서 올챙이는 의사로 직업을 바꾸었구요... 그리고 둘의 재산 차이가 조금씩 티나게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게임에서 마지막 주요 선택지는 신혼집을 팔고 permanant house를 구매하는 겁니다. 이 집의 경우 죽을 때까지 사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나중에 투자금 회수는 안됩니다. 그래서 게임에서 이기는 것만 목적으로 하려면 제일 싼 집을 구매하는게 제일입니다. 저는 그래서 제일 싼 집인 300만원짜리인가를 구매했고. 올챙이는 더 저렴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멋드러진 600만원짜리 으리으리한 집을 선택하네요.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마지막에 정산을 하는데요.. 제가 250만원 정도 더 많이 벌어서 이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다 싶어서 올챙이에게 꼰대짓을 좀 하려고 했죠.. "봐라, 올챙아. 니가 만약에 집을 살때 600만원짜리 말고 여기 이 500만원 짜리를 샀어도 내가 졌을 것 같은데, 너 그 선택 후회안하니?" 했더니... 올챙이왈 "아니.. 난 의사고.. 쿨하게 좋은 집에서 살고 싶었어" 랍니다. ㅋㅋㅋ 게임을 끝내고 나니 결과는 제가 이겼지만 내용은 전혀 제가 이긴거 같지가 않네요.

 

올챙이하고 여러가지 이야기하고 싶어서 산 보드게임인데, 되려 제가 여러가지를 많이 배우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