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221025] 봄 야구

오하이오 2019.04.06 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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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말이 난데 없는 영하 날씨와 비로 4월이 들어서야 올 해 첫 동네야구 시합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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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은 탓인지 첫 모임치고 적은 여덟명이 모여 개막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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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배트를 잡고 치는 에릭이 파울 볼을 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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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아웃을 당한 에릭이 물러나고 기록을 담당하는 맷이 타석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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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이 모임에 합류한 2010년 부터 개인 성적을 기록해 왔다.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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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합 9이닝 12:8로 경기를 마쳤다. 몸 풀고(?) 보니 이제 봄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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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놀이를 마친 뒤 흥겨움도 잠시, 화면을 보니 한숨이 나옵니다.

이러다 속병나지 싶어 LG에 정 떼고 안 보던 야구였는데 

미국 살이 적적해서 보다 보니 어쩌다 정 든 레즈.

아무래도 속 편하게 산다 싶어 벌 받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까지 드네요.

그나마 이 순간 이기던 경기도 뒤집히고, 승률이 더 내려갈지도 모르겠네요. 휴!

 

[내친김에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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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 중 추신수 선수가 뛸 때가 가장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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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도 논란의 여지 없이 최고였던 투수 커쇼가 등판했어도 주눅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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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 뒷치락 하다 동점을 이룬 9회 최고속 기록 보유자 채프먼이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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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기적 같은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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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승자 뒤로 조용히 걸어나오던 상대 불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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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기쁨으로 구장이 정리되는 모습까지 꼼꼼히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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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류현진 선수를 볼까 상대 덕아웃을 두리번 거렸다. 사진엔 이제 추억이 된 유리베 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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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선수. 어쩌면 이 시절 명성은 추억이 될지도 모르는 푸이그는 아직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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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팀 승률 .143과 똑 같았던 타율. 요즘 레즈의 3번 타자 푸이그고 4번은 맷 캠프다. 아, 레즈에 봄은 오나!
 
 
 업데이트 221025 
한국 프로야구는 가을(?)에만 겨우 보는터라 선수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올여름 한국에 머물면서는 야구를 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봤습니다.

푸이그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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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신수와 푸이그(Yasiel Puig)

푸이그 선수를 보니 추신수 선수가 떠올랐습니다.

9년 전 두 선수가 한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이미 위에 경기 사진을 올렸듯이)을 직접 봤기 때문입니다. 

유니폼과 경기장은 바뀌었지만 두 선수 모두 그때의 등번호, 17번과 66번을 달았습니다. 

 

제게는 특별한 두 선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하이오의 두 팀, 신시내티 레즈(Cincinnati Reds)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Cleveland Indians, 현 가디언스 Guardians)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추신수 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왔고,

푸이그 선수는 신시내티에서 클리블랜드로 갔습니다. 

  

공교롭게도 두선수(가 속한 팀) 모두 포스트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SG의 추신수 선수와 달리,

푸이그 선수의 키움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두고 LG와 다툽니다.

글 흐름대로라면 두 선수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길 기대해야겠지만, LG가 이겨줬으면 합니다.

비록 지금은 큰 애정이 없지만, 한때 'MBC 청룡'을 응원했던 사람으로서의 의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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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신수와 베이커(Dusty Baker)

추신수 선수는 당시 신시내티 레즈의 베이커 감독에게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전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 야구인생에서 신시내티 레즈에서 보낸 1년이 가장 강렬했던 시기였다고....베이커 감독님의 배려와 이해가 아니었다면 제가 이후 거액의 FA 계약을 맺게 됐을까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제게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양초, 쌀, 카드 등을 전달하며 당신의 마음을 보여줬던 감독님 덕분에 전 이후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쳐갈 수 있었습니다"  ('추신수 MLB일기<5> 워싱턴 베이커 감독이 보낸 선물과 마음'에서)

추신수 선수는 베이커 감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을 때 실망하는 선수들에게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쳐서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냉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내놓을 때가 있었는데, 아마도 베이커 감독은 경기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선수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이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베이커 감독이 신시내티 레즈를 떠났어도 늘 그를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감독에게 영광이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맡은 팀들은 시즌 성적이 좋다가도 포스트 시즌에만 가면 기대에 못 미칩니다. 

단기전 전략이 없다고 비판하거나 더러는 징크스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30여년 감독을 하면서 올해 3번째 월드시리즈를 맞았습니다. 

앞선 두번은 실패했지만 올해는 꼭 이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