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저스 구장에서 있었던 일

Baramdori 2019.08.12 16:58:23

어제 류현진 선수경기 직관하러 다저스 구장에 갔습니다. 일년에 야구 경기를 3-4번씩 가는데요. 에인절스 구장도 가고, 다저스 구장도 가고 뭐 그럽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다저스경기 구경하러가면 조금 열성팬들이 더 많은 느낌과 히스패닉분들이 많다는 거였는데요.

 

이제껏 다저스 구장에서 그리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어요. 다들 뭐 즐기러 가는곳이니까요.

 

낮 1시 경기라 그늘이 어디에 있는가가 상당히 중요했는데요. 저희는 다행히 upper level 홈플레이트와 1루 사이에 살짝 그늘이 진곳에 자리를 잡았구요. 1회부터 터너와 벨린저의 연타석 홈런이 터져서 드디여 류현진 12승가나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요!

 

저희 뒤로 치카노 (영어 잘하는) 히스패닉 가족/친지/친구들 조합 한 15명정도가 딱 자리를 잡더군요. 들어올때부터 시끄럽긴 했지만 그리 뭐 불편하진 않았는데요...

 

조금 있으니까 예네들이 (존칭은 뺄게요) 큰 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욕을 엄청 하더군요! 심지어 아이들과 같이 온 그룹인데도 말이에요. 말 할때마다 F words 가 안 들어가면 대화가 안되는....그런 그룹이에요. 게다가 한 두살먹은 애기를 데려왔는데, 그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더라구요. 발로 제 등을 차고, 머리를 차고.....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큰 이해심을 가지고 넘어가려 했는데, 그 아이가 심지어 제 딸내미 머리에 앉아버리는 사태까지 오더군요. 너무 심해지면 그때서야 잠깐 아이를 안아주고...술은 계속 마시고, 욕은 계속 해대구요! 

 

그냥 말 그대로, 안. 하. 무. 인. 그런 애들이였습니다. 주위에 누가 있던 상관안하는....

 

그러던중, 우리 앞에 있던 덩치큰 백인 아저씨가 참다 참다 고개를 획 돌리덥니다!!! 그 분도 아이들이 어려서 욕이 계속 들리는게 불편했겠지요!!

 

저는 속으로 "아싸, 드디어 이 아저씨가 일을 벌리겠구나! 오늘 Dodger Stadium Brawl 로 유투브 동영상 하나 올리겠구나" 했는데요....아저씨가 그 애들을 훌쩍 보시더니, 쪽수에서 안되겠던지 "Hey guys......" 이러구 말더군요. 그리고 10분있다 자리를 옮기더군요. ㅠㅠ

 

그러던중, 뒤에 아이들이 맥주를 흘렸는데, 그게 고스란히 제 보스님이 아끼는 투미 가방 밑을 촉촉히 적셔주더군요. 제 보스님도 한성깔 하시는데, 제가 눈짓을 줍니다. 개네들 상대하지 말라고. 오늘 몹쓸꼴 보게된다고...제 보스님이 뒤를 돌아보자, 그 중에 한 여인이 "그런 가방은 핏네스 짐에나 갈때 쓰는거 아니니?" 하면서 비꼬덥니다.  

 

그 와중에 그 정신없는 애기는 엉덩이로 제 머리에 앉아버리더군요. 그 와중에 또! 개네들이 이런 대화를 하더군요.

 

 

히스패닉 A: 야 우리 앞에있는 저 Asian (저를 가리키는 말이겠죠) 참을성 엄청 좋지않니?

히스패닉 B: ㅋㅋㅋ 글게 말이야! 나 같았으면 한바탕 했을텐데 말이야 ㅋㅋㅋ

 

 

그렇게 도발을 하고, 저는 dilemma 에 빠집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자리를 바꿔 앉았을텐데, 그늘있는 자리를 포기하고 다른곳으로 간다는게 영 내기키 않네요. 또 괜한 오기도 생기구요. 

 

1회부터 6회까지 다저스가 홈런 펑펑 터트리고 류현진은 호투를 하고있는 그 당시 제 모든 센서는 뒤를 향하고 있었네요. 그리고 6회가 끝나고, 우리 자리에도 그늘이 점점 없어져서, Top Deck 그늘진 곳으로 피난을 갑니다 ㅠㅠ

 

집에 왔는데, 왜 이리 기분이 나쁘던지요. 기분좋은 하루를 잡쳐버린 기분이 오늘까지 지속되네요. 그런거 있잖아요. 우리 가족을 내가 못 지켰다는 그런 생각까지 나구요. 마모님들이 이런 상황이였다면 어떻게 하실련지요? 뒤에 든 생각이였지만, 거기 시큐리티한테 애기나 해볼걸 그랬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