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지 30년 이네요..

밥상 2019.08.17 02:27:10

오늘은 제가 미국 온지 30년 되는 날 입니다. 가난한 달동내 코찔찔이 소년이 어느새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저때는 중학교 영어 시간에 제일 먼저 배운게 알파벳인데 그 때 알파벳 다 못 쓴다고 선생님한테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내가 더 영어 잘 하는데.......

 

그동안 한국을 두번 다녀 왔습니다. 한번은 91년에, 또 한번은 작년에.. 27년만에 아내랑 두살 딸아이를 데리고 간 한국은 제가 살던 그 곳이 아니었네요.. 유럽이나 한국이나 여행 하기 힘든 레벨은 비슷 했던것 같습니다. 유럽은 말이나 안 통하지.. 한국은 말도 통하는데 도대체 왜....

 

미국 처음 와서 조지아 시골 마을에 좀 지내다 마모분들 많이 가시는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정착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섬 전체에 저 포함 한국인이 6명인가 밖에 없었어요.. 학교에는 동양인이 저 달랑 하나 였구요.. 그래서 그런지 가는 곳 마다 원숭이 마냥 사람들이 힐긋힐긋 쳐다보더군요. 특히나 어린 아이들은 따라다니면서 까지... 아직도 케이마트 쇼핑 하는데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한 백인 아이의 눈빛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그랬던 키웨스트를 몇년 전에 다녀 왔습니다. 동내 자체가 크게 달라진건 모르겠더라구요. 같은 시간이 흘렀는데 한국이랑 키웨스트의 변화는 달랐습니다. 한국은 제 외모만큼 변했고, 키웨스트는 제 마음만큼 변했습니다. 옛날에 다녔던 학교랑 교회를 가봤는데 똑같이 생겼어요.. 다만... 여기 저기 구경 하다 보니 동양인이 꽤 많이 보이는 겁니다. 더 이상 신기한 동양인을 쳐다 보는 사람도 없었구요.. 덕분에 부담 없이 편하게 여행 다녔어요;;;;

 

세월이 참 야속한게 아직도 지난 30년이 엊그제 일들 처럼 다 기억나는데 현실은 배 뽈록 나오고, 이마에는 주름이 생기고, 눈가에는 기미와, 푸석푸석한 피부.. 누가봐도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버렸네요.. 이렇게 또 한번의 30년이 지나면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죠.. 어쩌면 세상에 없을수도 있고.. 지금 세살 딸아이는 33살 아가씨네요.. 어휴.. 잘 하면 사위도 있겠단... 먼 훗날 같지만 지난 시간을 생각 해 보면 책장 한장 넘기듯 또 금방 올거라 기대 반, 두려움 반 입니다.

 

30년 후에 또 후기 남겼으면 좋겠네요. (이 말은 마일게임이 그 때 까지 계속 지속 되길 바란다는 바램 이라고나 할까요;;;) 몇달 전에 보니 은퇴하신 70대 노부부께서 글을 몇번 올리셨는데 저도 그렇게 멋지게 은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세금도 내고 401k도 넣고 있습니다.. 어차피 20-30년은 더 일 할텐데 S&P500 에 넣으면 되는거죠? @.@ (기승전 투자 질문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