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문 (弔鷄文) – Lucy (樓氏)를 보내며

잭울보스키 2019.10.06 14:28:18

[Q/A Update] 모아야 할 마일은 안모으고 계란을 모았습니다.

 

 

조계문 (弔鷄文) – Lucy (樓氏) 보내며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村夫) 모씨(某氏) 두어 글로써 루씨 영가 (靈駕)에게 ()하노니, 촌부 (村夫)  식솔 (食率)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닭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이로다. 네가 한낱 미물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 남과 다름이라. 오호통재(嗚呼痛哉),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안에 키운지 우금 년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神)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연전에 여식이 출가를 하고 적적하고 허허한 심정을 달래려고 너희  다섯 자매를 데려와 그중에 너를 믿고 의지하여 어린 아우들을 돌보게 하였거늘, 슬프다, 연분(緣分) 비상(非常)하여 너를 잃고 말았으니, 한낱 미물 (微物) 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 아니하리요.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나의 신세 고단( 孤單)하여 일찍이 고향을 등지고 타국 만리를 떠돌다가 이곳에 정을 붙여 산자락 밑에 웅크리고 앉은지  어언 삼십여 성상 (星霜). 가산(家産) 빈궁(貧窮)하여  양계 (養鷄) 마음을 붙여 널로하여 시름을 잊고 생애(生涯)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통재라. 이는 귀신(鬼神) 시기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군자 (君子) 마땅히 지녀야 오행 (五行) 모두 갖춘 너희에게 세인(世人)들은 아둔한 인간을 지칭하여 계두 (鷄頭) 빗대어 놀리며 너희를 능멸 하니 실로 안타까운지라.

 

 

네가 조실부모(早失父母)하여 일찍이 소녀가장이 되어 수하의 동생들을 측은지심 (惻隱之心) 으로 가엽게 여겨 보살펴 왔으니 이는 ()이라 것이요, 너와 동생들을 정성으로 보살피는 주인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계란으로 보답을 하니 이를 () 것이며 ,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주인을 아우들과 함께 공손한 태도로 맞이하니 이를 () 것이다.  또한 주인과 () 구분할줄 알아 물러갈 때와 나아갈 때를 아니 이를 () 것이며,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의 시작을 알려 능히 너를 믿고 하루를 준비   있으니 이를 ()이라 것이다.

 

 

연전에 너의 아우 매기(每期) 연유를 모를 반항심으로 가출을 하여 모르는 어린것이 행여 화를 당하지 않았을까 집안 식솔들이 노심초사 (勞心焦思) 적이 있었노라. 술시(戌時) 되어 귀가를 하였을 너는 매기(每期) 정수리를 쪼아대며 엄히 꾸짖었지만, 나중에 마당 구석에서 돌아온 아우를 애처롭게 여기는 너의 모습은 엄부자모(嚴父慈母) 표상이었느니라.

 

 

또한 산란 (産卵) 수고와 아우들을 거두는 고단(孤單) 일과 중에서도 주인의 일손을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아우들을 솔선하여 밭으로 나가 잡초를 뽑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마음이 어찌 어여쁘고 갸륵하지 않으리.

 

 

아깝다 루씨여, 어여쁘다 루씨여, 너는 충직한 품성과 영민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物中) 명물(名物)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붉디 붉은 벼슬은 양귀비(楊貴妃) 입술을 보는듯 한지라. 능라(綾羅) 비단(緋緞) 두른들 어찌 너의 아름다운 자태(姿態) 미칠 바리요.

 

오호통재라, 자식이 ()하나 손에서 놓을 때도 있고, 비복(婢僕) ()하나 () 거스를 있나니, 너의 충직한 품성이 나의 전후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에게 지나는지라. 비록 가세 빈한하여  네가 구중궁궐에 호의호식(好衣好食)  못하였다만 불면 날새라, 만지면 깨질새라 금지옥엽 (金枝玉葉), 정성으로 보살폈으니  조석(朝夕)으로 들여다 보며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촌부의 시름을 덜어 주었노라. 

 

 

 

() 백년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애재라, 루씨여. 금년 이월  눈보라에 아우들이 추울새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진 한파를 한몸으로 막아내다 기진하여 마침내 유명을 달리하니 ,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루씨여,   곁을 떠났구나.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魂魄) 산란 (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 두골을 깨쳐내는 , 이윽도록 기색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차디차게 굳은 육신을 만져 보고 주물러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화타의 신술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하였네. 팔을 베어낸 , 다리를 베어낸 , 애통하다 루씨여, 

 

 

 

오호통재라. 세심치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 유아이사(由我而死). 누를 ()하며 누를 ()하리요. 어질고 충직한 성품과 영민한 재질(才質) 나의 힘으로 어찌 바라리요. 공손(恭遜) 자태는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 심회가 삭막하다. 한낱 미물이나 무심치 아니하면, 후세(後世)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同居之情) 다시 이어, 백년고락(百年苦樂) 일시생사(一時生死) 한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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樓氏之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