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잔치는 끝났다.
애정하는 두 팀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시즌을 마감했다.
무언가 이룰 것 처럼 드높던 기개가 한 순간에 아스라이 사라졌다.
승부는 언제나처럼 냉정하고 꺾인 꿈은 참으로 덧없다.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깟 공놀이
이런 마음이 들어 생각해보니 최영미 시인의 시가 또 떠올랐다. 잔치가 자꾸 끝난다. 여기 저기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출처: https://dmoo.tistory.com/entry/2018012-서른-잔치는-끝났다 [또 하나의 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