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나온 김에 생각나는 대장 내시경 이야기

백만사마 2019.10.25 15:56:13

경고. 읽기 거북할 수도 있는 글

 

아래에 대장내시경 비교글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미국 경험입니다. 제가 박사과정 3년차에 갑자기 피똥이 나왔습니다. 변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어서 볼일 본 후 궁금해서 살펴봤는데 정확하게 말씀 드리자면 변에 피가 코팅되어 나와서 변기 안에서 다시 녹아 퍼지는 형세더군요. 이 정도면 위장은 아닐거고 대장 정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주변에 젊은 나이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경우도 봤고 해서 프라이머리 닥터를 찾아 갔습니다. 의사가 가족력 있냐를 포함해 몇가지 더 묻더니 그냥 괜찮을것 같다고 집에 가랍니다. 나는 괜찮을것 같다가 아니라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래서 꼭 검사를 해야겠다고 매달렸습니다. 그 의사 분이 정 그렇다면 시그모이달, 직장까지만 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안된다 무조건 대장 내시경 시켜 달라고 졸르니 연신 이건 오버슈팅인데 라시며 결국 진단서를 끊어주셨습니다.

 

학교 소속 병원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추천해 주는 약을 전날 저녁에 물에 타 마시고 오라 합니다. 그래서 충분한 양을 구입해 정해진 시간에 파워에이드를 섞어서 마셨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탈수가 올 수도 있으니 그리고 그냥 물에 섞어 마시면 역하니 이온음료에 타서 마시는 것을 추천하더라구요. 설명서에 보니 대략 1시간 정도 되면 배가 부글 거리며 신호가 온다고 합니다. 반응시간 동안 기다릴 겸 스타크래프트 2를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해서인지 2시간 반이 지나도 부글 거리지가 않았습니다. 세시간 되도 신호가 없어 다음날 검사 못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되는 마음에 추천 용량 한번 이상을 더 마셨어요. 그런데 약 30분 후부터 갑자기 배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비우는 정도가 아니라 가만 있으면 줄줄 세는 수준이라서 화장실을 5분 단위로... 잘려고 누우면 계속 세어 나와서 새벽 세시 넘게까지 잠을 못잤어요. 후배가 7시에 차 태워주러 온다 했는데... 중반에는 정말 유물 같은 것들이 나왔어요. 십년 전에 먹었던것 같은 새까만 (짜파게티인지?) 구부러진 면발 조각이 장에 어디 끼어서 못 빠져 나오다가 이번에 빠져 나왔는지... 거의 석탄화가 되어서 나왔구요. 후반에는 장에 있는 뮤커스까지 아주 그냥 싹 긁어 나온것 같았어요.

 

결국 아침에 해골 형세로 후배를 만나 겨우 병원에 도착했고 검사를 마쳤어요. 간호사가 이것 저것 체크 하더니 탈수 증세 있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어제 그 고생을 했는데 몸에 남아 있는 물이 전혀 없었을 거에요. 탈수기에 돌려서 탈탈 털은 그런 기분이였으니. 다행히 결과는 아무 문제 없게 나왔어요. 의사가 야채를 좀 섞어서 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에 혼자 살고 귀찮아서 고기 많이 구워 먹었거든요. 야채도 없이. 그게 원인이였던 듯 해요.

 

한가지 정보를 드리자면 한국은 프로포폴 반에 노란 수면 마취제 반을 섞구요 (프로포폴이 비싸서 그런건지...) 미국은 그냥 100% 프로포폴 쓰는것으로 들었습니다. 제가 노란 약을 쓰면 수면 마취가 잘 안되서 엄청 고생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후에 한번 한국에서 위 그리고 대장 검사 받을 당시 100% 프로포폴 해 달라고 하니 안 해주더라구요. 필요할 때만 쓴다고.. 결국 깨고 나니 얼마나 괴로워 비틀었는지 온 몸이 멍든것 처럼 아팠고 간호사 분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프로포폴 더 넣었어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마취때 도대체 뭘 했길래.... 

 

이상 쓸데 없는 금요일 잡담이였습니다. 참고로 증거 사진 올립니다. 어머니와의 카톡입니다.

 

68409_10151173209473756_1925882082_n.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