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찾아오는 길뚱냥이

sinecure 2019.11.04 00:32:50

요즘 길냥이 한 마리가 집 앞에 자주 출몰합니다. 처음 본 건 약 2주 전인 것 같네요.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Nest Cam 알림이 3개 정도 떠 있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front porch에 쓱 하고 나타나더군요. 제집인 양 아주 편안하게 머물다 가시는 자태에 반해버렸습니다. Porch 앞에 심어진 식물 뒤에 숨어서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있기도 하고, 나중엔 doormat에 자리를 틀더니 턱을 괴고 앉아서 동이 틀 때까지 거기에 있더라고요. 어떤 날은 아주 잠깐 있다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오래 쉬다 가기도 하는데 일단 매일매일 저희 집을 찾아주고는 계십니다.

 

며칠 전부터 사료와 물을 조금씩 주고 있습니다. 옆에 상자도 놓아드렸는데 그건 별로 관심이 없으신 듯 하네요. (상자도 캣닙도 시큰둥 -.-) 목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털이 무성한 걸로 봐서는 길고양이가 맞는 것 같지만, 혹시 이웃집에서 방목하는 고양이일까 봐 사료는 권장량의 반 정도 주고 있고요. 어제는 밥 먹으러 왔다가 창밖으로 보고 있는 저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는데 눈이 땡그래지더니 뒤로 펄쩍 물러나더라고요. 잠깐 눈치를 보더니 총총총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고 오늘 아침 Nest Cam을 확인해보니 밤새 3~4번 왔다 갔더라고요. (어젯밤 처음 왔을 때 사료 죄다 먹어놓고 그 이후로도 계속 밥그릇을 확인해보는데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허허)

 

그러다 오늘 옆옆옆집 앞길에 가만히 앉아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너무 반갑고 기쁘고 놀라서 (연예인 본 느낌) 천천히 다가가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바로 옆으로 지나갈 때까지 피하지는 않더군요. 5분 정도 후에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그 근처에 여전히 있길래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이번엔 옆에 사람이 쓱 지나가도 별로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천천히 다가가면서 사진도 찍고 모른 척 옆으로 지나갔는데 갑자기 일어나 제 쪽으로 오길래 흠칫해서 종종걸음으로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뒤돌아보니 이번엔 저희 집에서 조금 더 가까운 쪽에 자리를 트시고 앉아계셨어요.

 

집에 와서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밥그릇에 사료를 다시 채워놨는데 한 10분? 후 다시 출몰. 이번에도 창밖을 보는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어제처럼 놀라지는 않았어요. 경계 반 호기심 반으로 저를 잠깐 쳐다봤다가 밥을 열심히 먹다가 또 잠깐 쳐다봤다가를 반복하더라고요. 저도 슬쩍 보다가 모른 척 다른 데로 시선을 옮기고, 다시 슬쩍 보고... 그렇게 소소한 밀당을 하다가 또 슬그머니 가버리셨습니다. 그리고 한 30분 후에 재방문... 그때는 편하게 자시라고 아예 모른척 해드렸어요.

 

저와 남편 둘 다 동물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아직 반려동물을 집에 들일 준비는 안된 것 같아서 간택 당하지는 않았으면 하고요. 이 길냥이도 저희 집앞에서 우는 것도 아니고 굳이 집 안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기색도 없는 게 저희를 집사로 선택할 의향은 없어 보입니다. 지금처럼 "올 테면 와서 먹고 마시고 놀고 아니면 너의 갈 길을 가소서"라는 마인드로 이 길냥이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요. 제가 어떻게 하면 이 고양이를 더 행복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쉬다 가게 해줄 수 있는지 고양이 전문가님들 계시면 조언을 여쭙고 싶네요.ㅎㅎ 특히 이제 날이 쌀쌀해질 텐데 그에 대비해서 제가 이 고양이를 도와줄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Porch에 천으로 된 고양이 집을 하나 놔두고 싶긴 한데 혹~시나 벼룩이 생겨서 창문을 타고 집안까지 들어오진 않을런지 하는 걱정이 생기네요.

 

추가로 길냥님 사진 아래 몇 장 공유합니다.

 

어제 밥 먹다 저랑 눈 마주쳤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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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길에서 마주쳤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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