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소비재인가 봅니다.

무지렁이 2019.12.26 12:26:08

2베드룸 콘도에 살고 있는 저희 4인 가족은 좀 큰 집으로 이사가려고 올 가을/겨울 내내 하우스 헌트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시카고 근처에 살고 있고, 새 집도 같은 동네에서 찾고 있습니다.

 

아이가 사립학교 다녀서 지역 선택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지만, 처음 사립학교를 선택할 때의 모드는 버린지 오래입니다. 사람 마음이...

그래서 사립학교 보내기 시작할 때 노리고 있던 동네들은 좀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지역을 지금 살고 있는 동네 근처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하우스헌트를 시작했는데, 이거 참... 중간 결론은 다음 두 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잘 고쳐진", "낡은", "값이 비싸도", "값이 싸도" 이 모든 수식어들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각자의 베이스라인에서 상대적으로 +/- 하셔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그 와중에 house-flipper들이 단기간에 gut-rehab하고 파는 집들을 보면 [리스팅 혹은 판매가격] - [구입가격] = [수리비] 라고 계산이 되는데 

낡은 집 사서 수리할 생각으로 Contractor들한테 견적을 받아보면 업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손해나는 장사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잘 고쳐진" 집의 "비싼" 가격에서 "낡은" 집의 "싼" 가격을 빼도 그 수리비가 안 나온다는 얘기죠.  

 

그래서 최종 결론은:

살면서 내내 여기저기 집 수리하느라 들 돈, 나중에 집 팔 때 건질 돈 생각하면 집 사기 싫지만, 저 빼고 나머지 가족들의 좀더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사야할 것 같습니다.

다 쓰고 보니 얼마전에 @아날로그 님께서 올리셨던 글과 댓글에서 논의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냥 스트레스 많이 받다보니 답답해서 이렇게 글 남겨봅니다.

한국 사는 친구들 중에 서울에 집 산 친구들은 집값이 쭉쭉 올라간다는데, 이런 고민을 이해해 줄 사람은 여기 밖에 없는 듯 하네요.

학교 졸업하고 잡 잡은지 8년 좀 넘는 기간에 연봉은 2배가 됐지만 가족 수도 2배가 되고 쪼들리는 정도는 더 심한 듯 하네요.

현금은 보이는 즉시 없애야 승자라는 @히든고수 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들을 보고 정신승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