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저녁이지만 한국은 설날 아침, 처가와의 화상 통화.
입대와 직장 일로 빠진 손주들로 설날 모인 식구가 많이 줄어들어 섭섭하실 듯한 장인 어른.
이어 우리 설날 아침, 주말 늦잠 자려는 아이들 깨워 세워 절 예행 연습
해마다 두번씩 여덟해를 했으면 나아질듯 하건만 여전히 어설픈 자세.
'투 앤 하프' 숫자라도 잊지 말고 잘 맞추라며 당부하고
올해도 조촐하게 준비한 반찬 몇가지에 과일 놓고 지낸 차례
식구마다 돌려가며 잔을 두어번씩 올리고 사잣밥 내 놓으며 차례 끝.
차롓상 물려 받아 둘러 않아 먹는 아침 식사에 한번 즐겁고,
올해 '차이니즈 뉴 이어' 대신 '루나 뉴 이어'로 바뀐 막내 교재 보고 두번 즐거운 설날 아침.
식사 마치고 쉬다가 찾은 동네 대학 수영장.
명절 분위기 낸다고 예정된 수영팀 연습 대신 물놀이나 하라고
놀라니 정말 잘 노는 아이들
한 두시간 엎치락 뒷치락 물놀이 마치고 나가면서 들킨 내 속셈,
"깨끗이 잘 씻어!" 다섯 식구 샤워를 한번에 끝내려는 속셈.
수영 마치고 찾은 이웃 새해 기념 파티.
자매처럼 처와 다정하게 지내는 쉥예네 춘절 파티.
꽤 오래 아기 볼일 없던 모임에 참가한 8개월 짜리 손님에 집중되는 이목.
지역 미술대회 2등상 받은 이집 둘째딸의 작품 설명. 손님이 빠져나갔지만 자정을 넘긴 파티.
설 주말을 보내고 맞은 월요일, 눈 병이 났다며 결석한 3호.
'핑크 아이' 진단에 약 넣고 24시간 등교 금지라는 의사의 말에 신난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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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은 잘들 보내셨는지요.
저는 올 설은 여러모로 설 답게 지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때 지낸 차례로 어른께 죄송함도 덜었고요,
이웃집 춘절 파티에 묻어 가면서
어릴적 요란했던 설날 분위도 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과음해서 다음날 아침 숙취로 고생했던
기억까지도 한국에서의 설날과 비슷했습니다.
양력 음력 새해를 다 보내고 나니
이제서야 2020년이란게 실감이 듭니다.
아마 연말까지는 다시 이런 인사 드릴 일 없을 것 같습니다.
"마모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