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사소한 실수로 생긴 작은 균열을 방치하고
달리다 보니 금이 점점 많아진 길어지고 차 유리(Windshield)입니다.
와이퍼 블레이드를 끼우다가 잡고 있던 블레이드 걸이를 그만 놓치면서
차 유리를 찢어 생긴 작은 균열에서 시작했습니다.
차 유리가 수리도 된다고 해서 교체 비용을 줄여볼까 싶어 견적을 뽑아 봤습니다.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힘들어 최소 비용으로 뽑아 봤는데 기대 보다 많이 비쌉니다.
수리가 된다면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를 검색해서 방법과 도구를 찾아 봤습니다.
유튜브 몇 개를 보고 확신을 갖고 산 차 수리 키트.
아무래도 금이 많고 커서 큰 기대는 않고 일단 좋은 경험은 되겠다 싶었습니다.
설명대로 접착액을 금간 틈으로 우겨 넣고,
완전히 마르기까지 보호필름으로 덮어 두었습니다.
갈라진 미세한 틈으로 도구에 압력을 가해 접착액을 넣는 게 관건인 듯 했습니다.
잘 들어간 일부 틈은 갈라진 금이 안보이기도 했습니다만 대체로 금을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기대와 달리 수리되진 않았지만 금은 더 커지지 않았고,
운전에 크게 지장이 없어 한동안 그대로 달렸습니다.
불편함은 없었지만 미관도 신경이 쓰여 교체 비용을 알아보니 싼게 270불.
마지막 한번 더 물어 보자고 문의한 동네 유리 가게에선 터무니 없이(?) 싼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견적 받은날 예약해야 특가로 해준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약속을 잡았습니다.
혹시 무슨 숨은 비용 몇십불 있다고 해도 할만하다 해서 자동차 시동을 켰습니다.
집에서 25분여 달려 도착한 창고 건물.
겨울이라 그런지 서늘해 보였습니다.
접수하고 차 키를 건네니
잠시 후에 제 차가 접수대 뒤 창고로 옮겨졌습니다.
장정 두명이 달려들어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이간 유리를 뜯어내고 있습니다.
한동안 씨름해서 빼낸 유리를 그대로 들어 뒷마당으로 옮기더니
그대로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립니다. (왠지 모를 아까움이...)
새 포켓몬 잡으러 가자고 꼬여내 함께 온 1, 2, 3호.
하지만 주변 공장 건물 몇개 썰렁한 동네에 별 거 없어 심심하게 보내고
기다린지 45분여 지나 비용을 지불하고 차 열쇠를 받았습니다.
숨은 비용 없이 견적가에 그대로 세금만 보탠 가격을 냈습니다.
지루했던 아이들은 낼름 올라타고,
저는 말끔해진 유리를 한번 둘러 보고 흐믓해 했습니다.
'혼다' 상표가 찍여있던 유리 한쪽 귀퉁이는 '푸야오'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동네 망한 GM 공장을 중국 사업가가 사들어 만든 유리 공장 이름이 푸야오였습니다.
동네 이야기이다 보니 이웃에서 유난히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무대.
저임금, 고용불안은 그렇다 쳐도 사측 노조 결성 방해에 따른 실패는 놀라웠습니다.
그리 싸게 유리를 갈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노동자의 고통이 내겐 혜택이 된 거겠지요.
영화 속 현실은 안타깝지만 오바마 부부가 만든 프로덕션의 이 첫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네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번 경험으로 차에 유리 접착제와 도구를 하나쯤 사두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실수가 아니라도 종종 주행중 파편이 튀어 유리에 닿을 때 깨지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생긴 '불스아이'는 비교적 쉽게 복구할 수 있고,
바로 처치하면 금이 확대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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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0411
시간이 좀 지났지만 결과를 업데이트하고, 늦은 축하나마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