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어질러 놓고 청소는 어떻게 하려고 하나 싶어 들여다 보니
어휴, 반은 주어 모은 쓰레기
돌에 끊어진 열쇠고리, 그저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
장난감 많은데 굳이 쓰레기를 모아오나 싶어 한숨 쉬다 피식 새 나온 웃음
아이들이 쓰레기가 쓰레기로만 보지 않기는 나와 비슷했기 때문에.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자주 들여다 보고 수시로 담아 둔 내 사진들.
한번은 2년 여 차로만 다녔던 120Km 길을 걸어가면서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사진에 담으며,
그 긴 세월 다녀도 차 안에서 볼 수 없어 궁금했던
그 곳 사람을,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는 뿌듯함.
쓰여지고 버려진 종이에는 여전히 체취와 온기가 느껴지는듯 했기에
유난히 정이 가던 쓰레기 였고,
비록 버리고 버려진 쓰레기지만
글 쓴이가 본다면 반갑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더 정성들이기도 했던.
먼 이국 땅에서 한글로 쓰여진 쓰레기를 보면,
기대도 못했던 덕에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지기 조차 했던.
그렇게 나흘간 걸어 모은 800 여 쓰레기를 224장 추려
순서대로 늘어 놓고, 길었던 길 만큼 길게 만들었던 사진.
길가 버려진 이곳 사람들의 삶은
많은 음료들을 마시고
흡연자 보기는 귀했지만
피는 사람들은 여러 담배들의 피우고,
길에서 혹은 차에서 마시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기엔 낯선 맥주 캔 쓰레기.
그래도 어찌나 예쁘던지, 사진 찍고 지나칠 수 만은 없던
캔을 하나 주어 모아 집에 와서,
정성을 보태 다시 찍은 사진.
반짝이는 알루미늄과 흙먼지는
일부러 뿌려 질감을 만든 듯했고,
부드럽게 접힌 곡선과 파열한 날카로운 선은
애써 만들기는 힘든 대비를 이루고,
짓이겨져 깍인 표면에 험난했을 그 세월을 버틴 애절함도 느껴졌으니
세상에 이런 보물이 또 어딨나 싶었던 순간.
돌아 보니 아이들이 모은 쓰레기도
그 눈으로 본 보물이었겠거니...
(그래서 내다 버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정돈은 좀 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