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

참울타리 2020.04.06 23:34:55

 출근해서 코비드 환자가 저녁 사이 어떻게 지냈나 랩과 바이탈을 확인하는 걸로 예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리뷰 시간 동안 환자 상황이 그려지고 좀더 걱정해야 할 환자와 덜 걱정해도 되는 환자로 나누어 봅니다.

 

 마모 식구들이 나눠주신 마스크를 끼고 코비드 병동부터 방문합니다.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슈 커버가 없습니다. 머리에 쓰는 헤어캡을 신발에 싸매고 들어갑니다. 밤새 있었던 환자 증상 확인하고 땀에 젖은 가운을 들치고 청진합니다. 젖은 가운을 들춰보면서 밤새 열로 꽤나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들어가기까지 십오분... 들어가서 환자 한 명당 십오분 내지 삼십분 정도 환자를 봅니다.

 

 세 명 정도 보면 스크럽이 땀으로 찹니다. 저는 폐쇄공포증은 없는데 마스크로 금새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방호복 가운으로 인해 생겨난 열기가 저를 엄습합니다. 중환자실/응급실 식구들과 같이 최전선에 있다 보니... 괜시리 병원 오는 걸 피해 보려고 전화로 컨설트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미워집니다. 그래도 이해해 봅니다. 그 사람들도 이 상황이 무섭고 과의 특성상 대부분의 검사가 외래에서 이루어지니까라고 자답해 봅니다. 또 자신의 감염되었을 때 감염시킬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걱정해서라고 생각해 봅니다.

 

 하루가 끝나면... 집에 들어가서 저녁 먹고 일찍 쉬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바이러스를 피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들이 너무나 지리해서 무엇을 위해 종을 울리나 하는 자괴감 마저 들 때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쩔지 모르겠는데... 요즘 저는 노래를 듣습니다. 예전에는 CCM을 꽤 좋아했는데... 나이론 신자여서인지. 예전만큼의 감흥은 없는데... 요즘은 노래 하나가 마음에 맴돕니다.

 

누군가 널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중간 가사가 이렇게 됩니다. 제가 PPE 문제 때문에 답답해서 마모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자신이 쓸 수 있는 마스크 내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찌보면 나름의 극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종교를 떠나서 간절히 기도하는 그 누군가, 그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스크를 받고도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해서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하루종일 이게 나의 최선일까 고민하다 보면 하루가 그리 길지 않게 지나가거든요. 더 늦기 전에 의료진의 사기를 북돋아 주시는 우리 마모 식구들한테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종교를 떠나 정치색을 떠나 모든 것을 떠나서 우린 이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겪었고 같이 이겨낼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감성 터지는 저녁에는 연예편지를 쓰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항상되면서도 이렇게라도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