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기사 아저씨가 살았어요.

참울타리 2020.04.13 05:44:39

 전에 말씀드렸던 제가 처음 코비드로 입원시킨 우버 기사 아저씨, 제가 서비스에 없는 날이라도 매일매일 경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았거든요. 그동안 산소요구량 수치에 따라 icu team 먼 발치에서 웃다 울었다 했는데, 오늘 보니 수면제 근이완제 끊고 자발호흡시험에 들어갔더라구요. 가슴 사진도 좋아지고. 항상 critical condition이라고 그동안 보호자에게 전화로 가슴 아픈 이야기만 했어야 했을텐데. 이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단계가 되었어요. 중증 패혈증 때문에 생긴 신부전 때문에 계속 투석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경과를 봐야겠지만 투석을 계속 안 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아요.  24시간 간격으로 한 두 번의 코비드 검사에서도 코비드가 사라졌네요!

 

 나이도 많지 않고 사회적 약자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우버 기사 아저씨가 그래도 한 달여간의 코비드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가고 있네요. 고생은 중환자실 스텝이 제일 많이 했지만 응급실부터 일반 내과 병동까지 모두가 함께 일해서 이루어낸 작은 승리 같아서 기뻐요. 이 아저씨의 경과를 보자니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들이 이해가 됩니다. 환자 급증으로 의료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이렇게 살 수 있는 환자를 안타깝게 보내고 그 가운데 의료진도 감염되어 모두 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 할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백신/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어찌보면 지리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어떤 의료시스템이든 시스템 부하를 피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길이예요. 그게 나도 살고 모두를 살리는 일이예요. 오늘은 쉬프트 전부터 맘이 따뜻해지는게 기쁘네요. 아저씨 퇴원하는 날 개인적으로 가서 꽃다발이라도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