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ce Match Guarantee 에 대한 잡설

스페이스앤타임 2020.06.07 03:50:28

Best Buy 나 Staples 에서 "price match guarantee" 라는 문구를 많이 보셨을거에요. 호텔의 BRG (best rate guarantee) 비슷한 건데요, 말 그대로 다른 데서 물건을 더 싸게 팔면 그 가격에 맞춰주겠다는 거에요. Staples 같은 경우는 110% price match guarantee 라서 가격 차이의 110% 만큼 돌려받으실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price match guarantee 가 소비자한테 좋은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기업한테 좋은거에요.

 

간단한 예로 설명해 볼게요. 어떤 물건의 원가가 $10 이고, 두개의 다른 회사 A, B 가 이 물건을 판다고 생각해봐요. A가 이 물건을 $15 팔고, B가 이 물건을 $16에 판다면, 모든 소비자들은 A 한테서 이 물건을 살거에요. 그럼 B 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이 물건을 $14.99 에 파는거에요. 그러면 모든 소비자들은 B 한테서 이 물건을 사겠죠.

 

이 경쟁구도에서는 경쟁 회사의 가격을 1센트 undercut 하는게 최선의 전략이에요.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똑같은 물건을 더 싼 가격에 사길 원하니까요. 같은 가격에 팔면 소비자는 A 와 B 나눠지게 되고, 1센트 더 싸게 팔아서 모든 소비자를 내 고객으로 만드는게 이득이거든요. 게임이론 용어로는 이 경우에 경쟁 회사보다 1센트 더 싸게 파는걸 dominant strategy 라고 해요. 한마디로 최선의 전략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 전략의 결과는 기업들에게 좋지 않아요. 왜냐하면 서로를 undercut 하다보면 결국 두 회사 모두 이 물건을 $10.01 에 팔게 되거든요. 물건 팔아서 딸랑 1센트 남겨먹는 꼴이죠. 게임이론에서 이걸 Bertrand competition 이라고 해요. 

 

그럼 여기서, price match guarantee 를 한다면? 이 경우에는 경쟁 회사의 가격을 undercut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경쟁 회사가 어떤 가격을 책정하던, 그 가격을 match 해주면 그만이니까요. 따라서 이 경우의 dominant strategy 는 "적절한 가격"에 파는거에요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demand estimation 이 필요한데, 이건 시간이 되면 또 글을 써볼게요). 서로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물건을 팔았을때 아무리 못해도 1센트보다는 더 남게돼요. 따라서 price match guarantee 가 있을 경우, 없는 경우에 비해 A,B 둘 다 이득이죠.

 

 

딱 여기까지가 학부 industrial organization 에서 가르치는 내용이에요. 

 

자 그럼,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Best Buy를 예로 들어볼게요.

 

 

1. 소비자 입장에서는 price match 를 하기가 귀찮아요.

 

전화나 채팅으로 price match 해달라고 하면 시간도 걸리고, 귀찮고, 액수가 작으면 쫌생이가 된거같은 마음이 생길 수 있죠 (저는 얼마전에 구글 홈 스마트 스피커 99센트 가격차이 프라이스 매치 해달라고 채팅하는데, 내가 이걸 왜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따라서 액수 차이가 크지 않으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좀 더 편한 곳에서(e.g., Amazon) 구매할거에요. 이걸 방지하려면 Best Buy 입장에서는 가격을 어느 정도 경쟁력있게 맞춰야 해요. 따라서 price match guarantee가 있어도 가격 경쟁은 생겨요.

 

 

2. 소비자는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해요.

 

Price match guarantee 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있어요. 소비자로 하여금 price match 하면 그만이니까 라는 생각을 들게해서,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게 만들죠. 여기서 액수가 작다면 위의 1번의 경우에 해당되지만, 액수가 조금 더 크다면 (e.g., 가격 차이 $100) 다른 경우가 돼버려요.

 

소비자는 비싼 물건을 살때 더 많은 정보를 찾게되고, 더 많은 가격 비교를 하게돼요. 이렇게 정보를 얻고, 가격 비교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의지를 search cost 라고 해요. Search cost 가 낮은 사람은 더 수월하게 정보를 찾거나, 또는 정보를 찾는 행위에 대해 피로감을 덜 느낀다고 할 수 있죠. 문제는 search cost 는 소비자들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e.g., SlickDealer) search cost 가 낮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search cost 가 높아요.

 

Best Buy 는 price matching 을 함으로써 search cost 가 낮은 사람들을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게 돼요. 다른데서 더 싸게 팔아도 price match 해주면 그만이니까요. 이 경우에는 Best Buy 와 소비자 둘 다 win-win 이죠. 하지만 search cost 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Best Buy 만 win 을 하게돼요. 왜냐하면 이 소비자들은 price match guarantee 마케팅을 믿고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게되니까요. 그리고 정보력이 낮기 때문에, 다른데서 더 싸게 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결론은, price match guarantee 믿지 말자!

아는게 힘이다! 무조건 검색! 안그러면 바가지 써요.

아는 사람에겐 "Best" Buy, 모르는 사람에겐 "Worst" B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