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알러지 이야기 (1): 면역치료 + 관련 치료제 중 최초로 FDA 승인

TheBostonian 2020.06.25 07:51:00
안녕하세요.
저를 기억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바쁘기도 했고, 
한동안 눈팅족으로 지내면서 익숙해 지다보니 글/댓글을 남기러 들어오기도 쉽지 않게 되더군요.
 
하지만, 관련 있는 분들께는 좀 중요할 수 있는 소식이 나와서 이번에 오랜만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쓰려고 마음 먹은 것도 좀 오래 되었는데 (1월 말), 여차저차 시간이 잘 나지 않았고,
그래도 틈틈이 조금씩 써 왔는데, 이제야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아무튼, 오늘 얘기는 땅콩 알러지 peanut allergy 에 대한 것입니다.
(제목에 "(1)"을 붙였는데, 앞으로 조금 더 쓸 내용이 있을 것 같고, 오늘은 그 중 첫번째입니다.)
 
현대 사회에 들어 여러 음식 알러지 발병율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그중 땅콩 알러지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하죠.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구 사회, 특히 미국에서 땅콩 알러지 발병율이 높은데요,
아마도 그래서 마일모아 이용자 분들 중에도 자제분 등 영향을 받는 분들이 제법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땅콩 알러지는 아직까진 확실한 치료법이 없고, 크면서 자연히 없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평생 조심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치료제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중, 올해 초(1/31)에 알러지 관련 면역치료제로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게 된 약이 있어
그에 대한 얘기 및 배경 얘기를 좀 풀어 보려고 합니다.
 
 
Disclaimer:
(1) 저는 allergist나 immunologist는 아닙니다. 혹시 전문가가 계시면, 제가 쓴 내용 중에 잘못된 내용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보완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2) 다만, 저는 peanut allergy가 있는 (심한) 아이가 있어, 관련 정보들을 직접 찾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3) 저 나름대로 논문들 찾아서 읽고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제가 공부한 부분이 모든 사실 및 연구 결과를 포함하지는 않으며,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제가 쓰는 내용과 상반될 수 있지만 제가 놓쳐서 미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4) 저는 주로 땅콩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찾아봤기 때문에, 아래 ‘면역치료’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다른 음식물 알러지 원인물에 대해 일반화될 수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5) 저는 제가 아래에 소개하는 약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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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알러지 반응이란?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아래에 설명할 "면역치료"에 대한 배경으로 아주 간단히만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알러지 반응은 간단히 말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병원균(바이러스, 세균 등)이 침입했을 때 맞서 싸우는 작용을 하지만,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특정 음식물 등에 노출되었을 때 작동될 수도 있고 특히 그 반응이 과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알러지 반응입니다.
 
몸의 면역체계가 반응하면, 백혈구 등이 빠르게 병원균을 차단하도록 혈관 확장 등의 작용을 하는
histamine이라는 물질을 몸에서 자체적으로 분비하는데 (그래서 Benadryl 등 대부분의 알러지 약은 "antihistamine"으로 통하기도 하지요..)
이 물질이 과다 분비되거나 필요 없는 부위에서 분비가 되면 알러지 반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으로는, 콧물, 재채기 등 가장 일반적이고 가벼운 증상부터,
피부 두드러기 (hives), 눈, 입, 목 등이 붓는 현상,
가장 심하게는 온 몸에서 반응이 나타나서 치명적일 수도 있게 되는 anaphylaxis까지 있습니다.
 
 
 
 
1. 알러지 면역치료(immunotherapy)란?
 
Immunotherapy는 조금 광범위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어떤 병의 원인 물질을 직접 공격/제거하기 보다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자체를 훈련시키고 개선하여 병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몇년 전 이 원리를 cancer에 적용한, cancer immunotherapy 연구가 노벨상을 받기도 했지요.
 
알러지가 면역 반응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러지에 대해서도 면역 치료가 시행되어 왔는데,
그 기본 방식은, 아주 미량씩 알러지 원인물을 노출시켜, 몸의 면역 체계가 "적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desensitize).
 
흔히들 "먹다 보면 없어진다"고 하는 말과 일맥 상통하기도 하는데,
다만, 어떤 기준 없이 무작정 해보다가는 (특히 알러지 반응 위험군의 경우)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냥 말처럼 그렇게 쉽게만 봐서는 안됩니다.
일례로, 몇 년 전 일본에서 우유 알러지가 있는 소아에게 면역치료를 하던 중,
병원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섭취량을 늘림으로 인해서, 쇼크가 오고 그로 인해 뇌손상을 입은 경우가 있습니다.ㅠㅠ
 
알러지에 대한 면역치료가 곳곳에서 시행되어 오고는 있지만,
그 방법 자체가 완벽히 검증이 된게 아닌데다가,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없이 주로 주먹구구식 혹은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왔고,
항상 그 치료 과정 자체가 주는 알러지 반응에 대한 위험성도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그 방식을 정량화하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위주로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 알러지 면역치료 방식 및 연구들 소개
 
알러지 면역치료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입으로 알러지 원인물을 극미량씩 섭취해서 하는 경구면역치료(Oral immunotherapy, OIT)가 가장 일반적이고, 그 외에도,
혀밑에 알러지 원인물을 머금고 있다가 뱉는 방식으로 구강 점막을 통해서 흡수되도록 하는, 말그대로 혀밑면역치료(Sublingual immunotherapy, SLIT),  
피부에 알러지 원인물을 묻힌 패치를 붙여서 피부를 통해 흡수되도록 하는, 피부면역치료(Epicutaneous immunotherapy, EPIT) 등이 있습니다.
 
SLIT, EPIT 두가지 다 입으로 섭취하는 게 아니므로
혹시나 반응이 있더라도 그 부위(SLIT의 경우 구강 내 및 입 주변, EPIT의 경우 피부)에만 국한되기에
OIT에 비해 훨씬 안전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SLIT은 비교적 최근에 (지난해 9월), 병원 단계에서의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상 시험으로서는 소규모(총 대상자 48명)라 좀 제한적인 결과입니다만,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어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어떻게 추가 시험 혹은 보급이 될지 주목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PIT은 현재 프랑스 회사 DBV Technologies에 의해 제품이 개발되어/고 있고 (제품명 Viaskin, 세 종류: 땅콩, 우유, 계란)
그 중 땅콩 제품(4-11세용)은 임상 3상까지 시험을 마치고 
현재 미 식약청 FDA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OIT의 경우에도, 땅콩에 대한 약이 미국 회사 Aimmune Therapeutics에 의해 개발되어서 (계란, tree nut은 개발 중)
임상 3상까지 시험 및 효과 검증을 마치고, 바로 올해 1/31, FDA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고 Palforzia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OIT의 경우 해당 알러지 음식물을 극미량씩 섭취하는 것 외에도,
알러지 음식물을 유산균과 함께 섭취(유산균이 면역 반응 관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실험)했을 경우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가 있고 (섭취량은 하루 요거트 20통 분량에 해당하는 유산균이었다고 하니, 집에서 섣불리 따라하긴 힘들어 보입니다ㅠ)
 
알러지 반응에 관여하는 항체인 IgE와 반응해서 그 역할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증 억제 약물인 
Omalizumab (브랜드 이름은 Xolair) 과 함께 OIT를 시행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AR101.jpg

Aimmune Therapeutics사의 AR101 사진 

(실제 출시된 Palforzia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사진출처: https://snacksafely.com )

 

Viaskin-Patch.jpg

DBV Technologies사의 Viaskin Patch 사진 (출처: https://snacksafely.com )

 
 
 
 
3. FDA 승인을 받은 땅콩 알러지 치료제
 
위에 소개해 드린 것처럼, 이번에 관련 약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은 Palforzia는
Oral immunotherapy 약입니다.
 
다시 말해서, 땅콩 성분을 극미량씩 입으로 매일 매일 섭취해서 몸의 면역 체계가 땅콩에 대해 적응하도록 하고,
그 섭취량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인데요,
 
입으로 직접 알러지 원인물을 섭취하는 방식인 만큼, 알러지 반응을 직접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자세히 보고한 논문을 보면,
시험대상자 중 일부에서 anaphylaxis 등, 전신에서 systematic하고 위험한 반응이 나타난 경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FDA에서도 일종의 "조건부" 승인을 해주었습니다.
그냥 일반 약처럼 처방만 받으면 집에서 알아서 복용하는 형태가 아니고,
약품 사용 시 안전 관리 대책도 마련하도록 권고했는데요, 자세히는
(1) Palforzia를 처방 받는 사람은 에피펜도 함께 처방 받도록 하고, 에피펜을 항시 휴대할 것을 서약/인증하며,
(2) 약품 사용 코스 중 최초 복용 시와 섭취량을 늘리는 단계(dose escalation/up-dosing)에는, 
혹시 생길지 모르는 알러지 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인증된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의사, 간호사의 관찰하에 시행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해당 약품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에 가면, (https://www.palforzia.com )
"NOW AVAILABLE" 이라는 광고와 함께
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 Program에 대한 안내도 되어 있습니다.
 
원래 승인 직후 이 사이트가 열렸을 때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Available in early 2020" 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COVID-19이라는 예상 외의 상황으로 실제 roll-out 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만,
기사들을 찾아보면, 이제는 실제로 일부 allergist들을 통해서 처방 받는게 가능한 것 같습니다.
 
 
 
 
4. 나이가 어려야 효과가 있다?!
 
위에 소개한 알러지 면역치료제들에 대한 임상시험 연구 결과 논문들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임상 연구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암시하는 부분이
실험 대상자들을 나이에 따라 분류해 보면,
효과가 나타나는 나이는 대상자가 어린 그룹에만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alforzia (임상 시험 당시 약품명 AR101)의 경우에
4-17세의 경우에는 높은 성공률을 보이지만,
18-55세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있으나, 플라시보 그룹에 비해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시된 약에 대한 소개에도 "4-17 years" 를 대상으로 하는 약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Viaskin Peanut을 이용한 피부 패치 실험의 경우에도,
11세 이하의 경우 두드러진 효과를 보이지만 
11세 이상 청소년/어른 그룹의 경우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 (안그래도 서러운데ㅠ)
몸의 면역 체계의 유연성도 그만큼 떨어져서 이런 면역치료 방식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어린 자제분이 알러지 반응의 위험 속에 살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물론 지금 COVID 상황 때문에 여러모로 복잡합니다만) 최대한 빨리 allergist와 상담을 받고, 면역치료제를 시도하는 것을 고려해 보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글을 꼭 써서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참고 논문/페이지들:
AR101 Oral Immunotherapy for Peanut Allergy (November 22, 2018)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812856
Effect of Varying Doses of Epicutaneous Immunotherapy vs Placebo on Reaction to Peanut Protein Exposure Among Patients With Peanut Sensitivity - A Randomized Clinical Trial (November 14, 2017)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662891
Long-term sublingual immunotherapy for peanut allergy in children: Clinical and immunologic evidence of desensitization (September 04, 2019) https://www.jacionline.org/article/S0091-6749(19)31020-6/fulltext
Current Status of Potential Therapies for IgE-Mediated Food Allergy (February 22 2018)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11882-018-0772-z
 
https://www.aimmune.com
https://www.palforzia.com/
https://www.dbv-technolog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