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진 주말 아침
올 들어 처음으로 냉방기를 끄고 온풍기를 켠 날
온도 보고 괜히 더 으슬으슬한 기분에 찾은 지하실 창고
한 때 잘 쓰다 버리다시피 쳐 박아 두고 찬바람 불면 꺼내는 '슬로쿠커'
물 받아 베이킹 소다 타서 '쿡' 누른 뒤
쿠커 옆에 수건 한장 깔아두고
볼만 한 프로그램도 하나 고르고 나니
슬슬 따뜻해 지기 시작한 쿠커 물에 식재료 대신 발을
한국 족욕기와 달리 데운 물이 미지근한 미국 기기들이 못 마땅해 하다 찾은 방법
물이 뜨겁다 싶을 때 온도를 낮추니 딱 한국 족욕기의 딱 그 온도.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꺼낸 벌건 발.
부록
찬바람 불편 유난히 트고 갈라지는 발
굳은 살을 벗겨준다는 '발 팩'
믿기지는 않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로션 바르고 비닐로 감싸고
양말을 신고 고대로 버틴 열흘
광고대로 살이 벗겨지고 새 살이 나왔지만, 여전히 보살핌 없는 새 살은 금세 헌 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