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직장 없이 사표 제출

AthenaS 2020.10.01 07:17:29

 

다음 직장 없이 사표 제출 해서 심난한 마음에 밑에 글 쓴게 10월 중순이었는데 그 뒤에 있었던 일들 공유하고 싶어서 몇자 적업 봅니다. 

신분 해결도 된 상태에 저축해 놓은 돈도 1년 치 생활비 정도는 되어서 큰 걱정은 없었는데, 역시 문제는 보험이더군요. 큰애가 건강 문제로 매일 약을 먹고,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해서 보험이 필요한데 막상 무보험 상태가 되니 심리적 압박이 강하게 오더군요. 필요하면 코브라 등록하지 라는 생각으로 다음 잡 구할 때 까지 어떻게 보험 없이 버텨 보려고 했는데, 11월에 초에 갑자기 예정에 없던 병원검사를 하게 되서 결국 코브라를 2000불 내고 등록 했습니다. 다른 보험 들어볼까 해서 검색도 해보고 했는데, pre-existing condition 때문에 복잡하더군요. 새 보험에서 필요한 검사를 커버 안해줄 수도 있고요. 

 

퇴사 결심한 10월 초부터 부지런히 입사 지원서 내고 해서 다행이 이번주에 한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빡세게 지원 한면서 지원한 회사들 엑셀로 정리해 놨는데, 한 140군데 정도 지원 했더군요. 40대 초반 나이에 경력직으로 지원하다 보니 입사 절차도 까다롭고 오퍼 받을 확률이 적다는 생각에 많이 지원 했던것 같네요. 오퍼를 받고 나니 곧 다시 보험이 생긴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되네요. 앞으로는 퇴사 고려 할 때 좀 더 신중해 지지 않을까 싶네요. 

 

퇴사 하고 한달 반 놀면서 '돈 벌어오는 자의 비애'가 무슨 말인지 느꼈지더군요. 고 신해철씨의 '아버지와 나' 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인데요. 남자가 밖에나가 일해서돈을 벌어 오고, 아내가 전업주부일 경우, 남자들은 보통 집안일에 소홀하죠. 물론 많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내가 하는 집안일에 비할바는 아니죠. 그래도 남자가 집에서 가끔 큰 소리도 치고 할 수 있는건 돈을 벌어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여 역할이 바뀌면 상황은 반대가 되겠죠. 그런데 이 돈을 벌어오던 자가 돈을 못벌게 되는 순간 관계가 이상해 집니다. 바로 적응해서 집안일이랑 육아 반반 담당하면 좋은데 사람 습관이란게 무서워서 그렇게 바로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가족들이다 적응 잘 해서 길게만 느껴지던 터널 잘 빠져나가는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짧은 백수 기간 동안 조급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는데, 유튜브로 법륜스님 동영상 보는게 평안함을 유지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교회를 오래 다녔고, 불교는 별 관심도 없고 불교에 대해서 아는것도 없었는데 법륜 스님 강연 들으면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조금 배운것 같습니다. 혹시 어떤 이유로 마음이 괴로우신 분들 계시면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현재 구직 중이신 분들 계시면 곧 좋은 곳에서 좋은 소식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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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직장을 옮겼습니다. 이전 직장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야근도 없는 회사였구요. 거의 육년 다녔습니다. 새로 옮긴 회사는 전혀 다른 분야였는데요. 연봉 오르고, 오피스도 생기고 좋은 조건으로 옮겼는데 결국 오래 못다니고 나오게 됐네요. 이직을 한 후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예전 직장이 굉장히 널널했다는걸.

 

새 직장은 일 진행이 굉장히 빠르고 보고서 작성도 많고 결국 적응을 잘 못했네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 상사의 상사 (보스의 보스) 와 사이가 그닥 좋지 않았어요. 굉장히 다혈질에 성질 급한 남미 사람인데 영어 억양이 세서 발음 알아듣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이지긴 했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대화가 잘 통하는건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도 직장을 그만 두는데 한 원인이 됐는데요. 원래 하던 프로젝트들이 코로나로 다 취소되고, 새 없무를 계속 바꿔가며 받았는데 이것도 상사들과의 불화에 한 몫 했습니다. 새 일을 받고 나서 업무 파악 하고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데, 일이 계속 바뀌는 겁니다. 업무 파악 좀 했다 싶으면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다른 업무가 생긱고. 이렇게 여러번 하다 보니 아무 성과 없이 몇달이 갔고, 결국 안좋게 인식이 된거죠. 그 이후 점점 더 마이크로 메이지먼트가 심해졌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스럽더군요. 나중엔 이메일 쓰는 방식과 이메일 길이, 뭐 이런것 까지 지적을 당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정말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다른 직장을 아직 못 구한 상태로 사표를 냈습니다. 이제 한 열흘 있음 퇴사인데. 미국에서 대학원 졸업하고 직장생활 한 이후 처음으로 백수가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직장을 구하고 싶은 생각과, 내 사업을 하고싶은 생각이 둘 다 있는데요. 딱히 생각해 놓은 사업 아이템은 없습니다. 자금도 그리 많지 않고. 최근 유튜브로 신사임당 채널에서 창업 다마고지를 보는중인데, 혹시 이런식으로 미국에서 통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 일 겪으면서 든 생각이, 직장생활 삼십년씩 하면서 정년 퇴직 하는 사람들 정말 정말 대단하다는 겁니다. 

 

심난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봅니다. 혹시 저처럼 미국에서 다음 직장 없이 사표 제출 해보신분 계신가요? 참고로 저는 신분 문제는 해결 되서 체류에는 문제 없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