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AS-KE 분리발권, 국내선 wifi 뚫는법, 인천 코로나 검역 포함)

자린고비 2020.10.04 13:09:04

안녕하세요,

 

마모에 후기 쓸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놓았다가... 귀찮아져서 쓰지 말까도 싶었는데... 자가격리가 지루해서 쓰기로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휴지통에 넣은 사진을 다시 복구해봅니다.

 

항상 자린고비스러운 생활을 이어온 저는 이번 한국 방문에도 어김없이 분리발권을 도전합니다. 리스크가 있는 줄 분명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거니와 가격이 모든 것을 용서해주기 때문이죠... 언젠간 한 번 망하면 다시는 안하겠지만...

 

여정은 저희집(제 출발도시는 비밀로 하겠습니다)-SEA-LAX-ICN 입니다. 저희집에서 SEA 경유 LAX까지는 알래스카, 인천까지는 KE가 데려다 줍니다.

 

어마어마한 짐을 이끌고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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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이거 짐 인천까지 쓰루첵 해줘

Agent: ㅇㅋ... 근데 국내선 구간은 돈내야함

 

 

내 이랄줄 알았다... 준비해놓은 알래스카항공 홈페이지 규정을 보여줍니다... Agent 아줌마 표정 좀 안좋아짐... 그래도 짐 중 하나 무게가 53파운드였는데 쿨하게 페널티 없이 체크인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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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짐을 꾸리느라 삭신이 쑤시고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환승시간 포함 24시간을 날아가자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그 때 마침 아내의 힐튼 애스파이어가 생각납니다. 아직 올해 airline credit AS로 지정해놓고 못썼는데, 돈주고 일등석 업글한거 커버되려나? 안되면 어떡하지??

 

제 머릿속은 과연 이게 airline credit trigger 될지 안될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벌써 카드는 gate agent에게 던져진 후였습니다 (선조치 후보고).

 

$99가 결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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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1F를 배정받았습니다. 국내선 탈때마다 일등석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눈빛을 야려주었는데,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앉게되다니...

 

솔직히 국내선 일등석은 처음 타봅니다. 출발 40분전 부터 보딩인데 원래 매번 saver fare를 즐겨쓰다보니 거의 꼴찌로 탑승을 했지만 이제는 gate agent가 방송을 시작함과 동시에 몸이 의자에서 튀어오릅니다... 아 시간이 더 필요한 승객과 밀리터리부터.....

 

그 다음 퍼스트 승객 탑승이 시작되는데 가슴이 벌렁거리고 넓어지는 콧구멍 평수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간신히 입꼬리를 진정시키고 태연한척, 매번 일등석만 타는척 보딩 브릿지를 건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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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앉아보는 퍼스트 좌석은 광활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손으로 한땀한땀 꼬맨듯한 leather-trimmed 좌석이 제 궁둥이를 따스하게 감싸줍니다.

 

근데 출발 문서에 문제가 있는지 문닫기가 지연됩니다... 이코노미였다면 왜 빨리 안가냐며 눈썹 사이 주름이 깊어지겠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30분정도 지연 후에 시애틀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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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자 승무원이 커리 치킨 wrap 과 치즈 wrap 을 고르라고 합니다. 치즈는 꼬리한 냄새 날거 같아 커리 치킨을 고릅니다.

 

당연히 맛이 없습니다. 근데 인천까지 살아가려면 뭐든 먹어야 해서 반을 먹고 반은 버립니다....

 

수 시간을 날아서 시애틀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앞으로 국내선 일등석 안탈거 같습니다. 의자가 그렇게 편하지 않고, recline도 애매해서 허리가 아픕니다..

 

시애틀에서 LAX까지는 이코노미를 이용했는데, 오히려 좌석이 제 상반신과 딱 맞아서 덜 피로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꿀팁(?)을 공유하겠습니다.

 

티모빌 쓰시는 분들은 기내 와이파이 무료로 잘 쓰시겠지만, 다른 통신사 쓰는 분들은 돈을 내야합니다. 그래서 그냥 iMessage 같은 데이터 기반 챗만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이렇게 챗모드로 해놓고 VPN을 켜면 다른 웹사이트도 잘 들어가지고 한마디로 제한이 걸린 것을 bypass 하게 되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사설 VPN이 없으신 분들은 Cloudflare에서 Warp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시고 (모바일 인터넷 속도 향상을 위해 제공되는 무료서비스입니다), 비행중 챗 모드를 시작하시고 (챗모드 시작 안하시면 VPN 안붙습니다), Warp VPN 시작하신 후 정상적으로 인터넷 이용하시면 됩니다. 저희집에서 SEA, SEA-LAX 두 구간 모두 테스트 해보았는데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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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인터넷 접속이 된다는 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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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도 접속이 잘 됩니다....

 

LA에 도착한 것은 우리집 공항 출발 후 8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벌써 몸은 지쳐있는 상태... 그래도 우리의 날개를 보니 힘이 불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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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로드팩터가 낮아서 모든 승객이 자리 3개씩 차지하고 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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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 앞은 언제 앉아볼 수 있을까... 앞으로 5년 안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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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영상 안본 눈 삽니다... 보는 내내 손발이 없어짐을 느낍니다.

요새 항공사 안전영상들이 세련되어 지고는 있지만 제 생각에 저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볼만한 안전영상은 싱가폴항공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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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인천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KE012 LAX-ICN 편을 선호하는 이유가 거의 새벽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항공편이라 입국심사에서 체증이 없다는 것인데요...

 

오늘은 필리핀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먼저 도착해서 외국인들을 쏟아냈는데 단체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저렇게 중무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국인의 경우에는 필요서류가 간소한데반해 외국인노동자들은 서류를 뭉치로 검사하고 통과시키느라 제가 KE012편 승객중 거의 top10으로 줄섰는데도 첫 번째 검역단계에서 거의 40분가까이 기다렸습니다.

 

 

큰일입니다. 제가 건강 설문지에 장이 좀 안좋다고 적었더니 저를 추가 검역소로 보내는게 아니겠어요... 추가 검역소에는 저 말고도 저 수트를 입은 외노자 2명이 있었는데 영 불안한 시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추가검역소에서 코로나와 관련 없는 증상이라고 확인을 받았지만 외노자 2명은 열이 있었고, 기다리는 내내 열이 올라가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검역관에게 좀 멀리 떨어져 앉아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멀리 떨어져 앉았습니다만 지금도 불안하네요.

 

추가검역소를 나와 두 번째 관문인 어플 검사에서 육군에서 파견나온 친구들이 수고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군생활 후반에 신종플루가 터져서 바쁘게 보냈고 기억이 많은데 저 친구들도 인천공항 파견나온게 평생 안주거리가 될 듯 싶네요.

 

어플에 인적사항을 입력하면 확인을 해주는데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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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검사가 끝나면 세번째 검역 관문에서 육군 파견온 친구들이 제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원확인 및 주소확인을 해줍니다.

 

그리고 이제 입국심사를 받고 수화물 수취대에서 짐을 수령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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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DHS.. 제 짐을 열어보고 저렇게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놓았네요...

 

저는 제 부모님이 사는 동네로 가는 입국자 전용 버스를 타고 와서 코로나 검사 후 저희 집까지 구청에서 밴으로 데려다 주셔서 격리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