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건물. 깨진 창문. 사진을 다루는데 자신감이 생기던 수년 전 이를 자주 소재 삼았습니다.
소외된 삶이 거기 있는 듯 했고, 화려한 자본주의 이면을 고발이라도 하는 듯 했습니다.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본 세상이었기에 사진도 눈 보다는 손(기술)을 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손을 빌린 사진은 웅변하듯 큰 목소리를 내게, 또 무겁게 내려 앉도록 했습니다.
몇 날 며칠을 공터 한 자리에 버려진듯 이동 없는 컨테이너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기 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며 삼각대를 세웠습니다.
이런저런 의도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도시의 그늘을 눈요기 거리로 여겼던 겁니다.
아래 시내 중고가게(Thrift Store)도 마찬가지라 덧붙일 말은 없습니다.
창피한 옛일을 들추는 건 그시절 '객기'가 부럽기도 해서입니다.
하긴 요즘 부쩍 되뇌이네요,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기법을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 듯해 추가로 밝혀 둡니다.
위 모든 사진은 노출만 달리한 3장의 사진을 합쳐 한장의 HDR(High-dynamic-range imaging) 사진으로 만들었습니다.
카메라는 밝고 어둠은 담는 폭이 적어 시각(눈)으로 보이는 명도 단계를 전부 구현하지 못합니다.
명도 단계를 넓혀주기 위해 같은 대상을 중간 단계 사진에 조금 더 밝고 어두운 사진을 추가로 찍어 합쳐 준 겁니다.
합쳐진 사진에 채도와 명도를 조절해서 최종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이렇게 HDR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만 구형 방법은 다양합니다.
요즘은 HDR 옵션이 달린 카메라도 있고 또 티비에서도 사용되는 터라
HDR 용어 자체에는 익숙한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