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原主民)의 날

오하이오 2020.10.12 08: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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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두번째 월요일은 '콜럼버스데이(Columbus Day)'입니다.

올해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10월 12일에 꼭 맞춰 기념일을 맞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에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도 적혀 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올해는 남다르게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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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chivecenter.net/shinyoungbok/archive/srch/ArchiveNewSrchView.do?i_id=440 

신영복 교수께서 콜럼버스가 재판을 통해 유괴와 살인을 저지른 침략자로 단죄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어 그의 '발견'은 그저 '도착'이었다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 역시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을 외우다시피 했던 터라 이때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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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pnews.com/article/0b80fcf763e38b6c6c8f0b0c978afdfe

아마도 신영복 교수께서 거론한 재판은 1992년 미네소타 법대 인권센터에서 벌인

콜럼버스 '북미 도착(landing)' 500주년 모의재판을 일컫는 것 같습니다.

이 재판에서 콜럼버스는 살인, 고문, 유괴, 강제노동 혐의 등 7개 죄목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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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chivecenter.net/shinyoungbok/archive/srch/ArchiveNewSrchView.do?i_id=417

다른 글에서는 콜럼버스가 도착 하기 전부터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인디언'이란 용어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원주민도 단순 주거자가 아닌 주인을 뜻하는 원주민(原主民)으로 써야 한다며. 

크게 공감이 가는 말이라 이 글 제목에 한자 하나를 바꿔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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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icagotribune.com/news/breaking/ct-columbus-day-chicago-public-schools-indigenous-peoples-20200227-q65n2prm3rewrapk54zir7i7qm-story.html

콜럼버스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면서 콜럼버스데이의 대안으로 '원주민의날'이 치뤄질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의 재판이 있고 20 여 년이 지난 올 2월에서야 시카고교육위원회(Chicago Board of Education)는

공립학교에서는 콜럼버스데이 대신 원주민의날(Indigenous Peoples Day)을 법정 공휴일로 준수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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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icagotribune.com/politics/ct-chicago-christopher-columbus-statue-grant-park-lori-lightfoot-20200724-2hsbobbt7ndmpmkgyh6vfl7cvq-story.html

시교육위원회의 결정이 있고 5개월여 뒤에는 시내 공원에 있던 콜럼버스 동상이 철거됐습니다.

찾다보니 시카고 이외 여러 도시에서도 콜럼버스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많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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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icagotribune.com/news/breaking/ct-columbus-indigenous-peoples-day-20200904-5thiao3akzbbzntexrfbpca5by-story.html

그렇지만 이런 조치들이 시 정부 차원의 변화를 촉구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담지는 못한 듯 합니다. 

조상을 침략했던 콜럼버스를 기리는 콜럼버스데이가 원주민 후손들에게는 치욕스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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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GovernorVA/status/1314606229134733314

뉴스를 보니 때 맞춰 미국 곳곳에서 작지만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실제 바뀌는 것은 더딘 것 같아 답답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콜럼버스데이를 대신해 올해 처음으로 '원주민의날''을 기린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도 올해부터는 '원주민의날'로 부르기로 했습니다.